물류업계, 곡물 재배서 줄기세포까지 '신사업 찾기'
STX그룹은 얼마전 '곡물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했다. STX팬오션 대형선 영업을 담당해온 박동일 상무가 팀장을 맡고 따로 직원 9명을 차출해 팀을 꾸렸다. 올 연말까지 곡물사업과 관련한 전문가를 추가 영입해 15~16명의 조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에 곡물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현지 법인도 새로 설립했다.

곡물TFT를 꾸린 것은 지금까지 수송만 해왔던 STX가 직접 곡물을 재배하고 이를 가공해 유통하는 영역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다.

박동일 상무는 28일 "곡물을 재배하면 안정적인 화물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식량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세계 곡물 수송실적 1위 선사인 STX팬오션이 가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곡물 재배에서 수송,가공,유통에 이르는 일관 사업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TX팬오션은 캄보디아에서 옥수수 재배 농장을 운영하는 회사인 코지드 지분 20%를 4억원에 확보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건설 중인 곡물터미널에 투자한 것도 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곡물 관련 사업에 진출하려는 포석이다. 앞으로 몽골,인도네시아 농장에 투자하고 중국에 곡물저장시설을 짓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제위기와 시장 포화로 기존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물류업체들이 갖가지 신성장동력 확보방안을 짜내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물동량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통운도 STX와 같이 기존에 강점을 가진 분야와 연관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경기 군포와 경남 양산에 있는 복합물류터미널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두 물류센터의 지붕 넓이는 9만9174㎡로 축구장 14개를 합친 크기다. 설치가 끝나면 1000세대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당 2.5㎿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본업과 다소 동떨어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수질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돼지분뇨를 재처리해 연료용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회사인 삼올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바이오에너지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전라북도 부안에서 하루 50t의 분뇨를 처리하는 공장도 준공했다. 향후 각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공장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돼지분뇨 재처리 사업 외에도 중국 저장성 취산도 55만㎡ 규모 부지에 도크 3기를 갖춘 대규모 선박 수리조선소도 짓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호미오세라피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골수이식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정 질환의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는 등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가면역계 질환인 류머티즘관절염과 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물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라며 "새 사업을 찾으려는 물류회사들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