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인 미국 퀄컴을 대주주로 끌어들인 데 이어 금융권 채무의 상당 부분을 곧 출자 전환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8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팬택계열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내실 경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연말께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도 추진한다.

팬택계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21일 "채권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6400여억원) 가운데 2200억원을 출자 전환하기로 최근 결의했다"며 "제2금융권을 상대로 결의 내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 계열 관계자는 "출자 전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채권을 갖고 있는 제2금융권 등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있다"며 "자본잠식을 벗어나게 되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경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상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자본잠식)이면 합병을 할 수 없다. 팬택앤큐리텔은 지난 4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금 2741억원에 자본 총계는 127억원이다. 팬택은 자본 총계가 -2321억원이다. 하지만 퀄컴이 최근 212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합의했고,이번 채권단의 2200억원 출자 전환이 마무리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팬택계열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으로 중복 비용을 없애고,단일화한 시스템으로 안정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팬택계열 입장에선 합병 추진이 기업개선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팬택계열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개선작업이 끝나는 2011년 말 이후 재상장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