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가 국내 보안업체로선 최초로 세계 최대 보안 시장인 미국에 진출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호텔에서 김홍선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영문판 V3 신제품 출시 및 전략 발표회'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안철수연구소는 2002년 일본,2003년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2007년엔 멕시코에도 판매망을 구축했지만 미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발표회에서 미국 시장 특성에 맞게 개발한 개인용 보안제품 'V3'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용량이 작아 가볍고 빠른 데다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것을 억제하는 능력이 기존 제품보다 높고 안티스파이웨어 기능까지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체크마크 등 국제 인증 테스트에서 100% 진단율을 나타낼 정도로 국제적인 검증도 받았다는 게 안철수연구소의 설명이다. 이 연구소는 우선 현지 판매 채널 거점을 구축한 뒤 V3 신제품을 필두로 게임보안 제품인 '핵쉴드'와 온라인 보안서비스 '안랩온라인시큐리티 AOS' 등을 단계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이번 도전은 항상 시장 방어에 급급했던 국내 보안업계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 보안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크다.

세계 보안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 시만텍이 신제품 '노턴2010'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EMC 등 세계 IT업계의 공룡들도 보안 사업에 최근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특히 MS는 스티브 발머 대표가 직접 기업용 보안 솔루션 '포어프런트'를 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무료 보안제품까지 내놓았다. 규모로만 보면 모두 안철수연구소에 버거운 상대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를 괴롭혀 온 유럽 업체들도 미국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카스퍼스키랩(러시아) 비트디펜더(루마니아) 이카루스(오스트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에 강자가 모여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IT업체를 대상으로 인수 · 합병이 가능한 업체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