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리자 미국의 자존심이 확 구겨졌다. 미국은 해군이 개발중이던 군용 로켓을 기반으로 한 뱅가드 로켓 제작에 매달려 두 달 후 발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뱅가드는 점화 2초 만에 발사대에서 1.5m도 이륙하지 못한 채 폭발하고 말았다. 소련을 따라잡겠다는 욕심 탓에 꼼꼼한 점검과정을 거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공동제작한 유로파 로켓의 경우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총 11번 발사가 추진됐으나 이 중 7번이나 실패했다. 중국도 CZ-1 로켓을 1969년 쏘아올리면서 네 번 가운데 두 번 성공하는데 그쳤다. 우주강국으로 자부하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2002년 소유스 11A511U 로켓은 연료펌프 시스템 오염으로 엔진이 터지면서 발사 29초 만에 폭발,주변을 경계하던 군인 한 명이 숨졌다. 우주개발의 역사는 이처럼 실패로 점철돼 있다. 발사 성공 확률이 27%에 그치는 정도다.

우주로켓 발사가 어려운 이유는 수학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등 과학기술의 결집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이 조금만 어긋나도 문제가 생긴다. 발사에 실패하면 거액의 개발비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 귀한 인명이 희생되기도 한다. 2003년 브라질의 VLS 3호 로켓은 발사 3일을 앞두고 발사대에서 폭발해 과학자 21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사고로 브라질의 우주개발이 4~5년쯤 후퇴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나로호 발사가 여섯 차례 연기된 끝에 발사일이 오는 19일로 다시 잡히는 등 난항을 겪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억달러의 개발비를 대고 러시아의 들러리를 선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계약과정이나 관리에서 문제가 있다면 철저하게 따져봐야 겠지만 여론에 떠밀려 발사를 서둘러서는 안될 일이다. 발사 전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과학적 상식'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의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지금 나로우주센터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사생활도 포기한 채 우주강국의 꿈을 안고 숨가쁘게 달려온 나로센터 과학자들은 강도 높은 여론의 질타에 숨이 막힐 지경일 게 뻔하다. 모든 도전에는 실패의 위험이 뒤따른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딛고 일어서야만 발전이 이뤄진다. 비판을 하더라도 나로호에 담겨 있는 꿈까지 깨뜨려서는 안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