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휴대폰 음성통화 요금이 통화량이 비슷한 미국,영국 등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는 요금 비교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이동통신 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9일 메릴린치의 '글로벌 와이어리스 매트릭스' 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의 평균 음성통화 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가와 이스라엘,홍콩,싱가포르를 포함한 29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15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1분당 음성통화 요금(RPM)은 0.1443달러로 15개국 평균(0.1024달러)을 웃돌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기준 구매력지수(PPP)를 적용해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MOU)이 180분 이상인 15개국과 비교한 결과다.

주요 10개국 1위 사업자를 대상으로 국제 로밍요금을 비교한 결과 외국에서 자국으로 거는 발신요금은 한국이 두 번째로 비쌌다. 반면 해외에 나가 현지 내에서 통화하는 요금은 9위로 저렴했다. 문자메시지(SMS) 요금은 10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이동통신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통신요금 비교가 잘못됐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사대상 29개국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129%로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단말기나 심(SIM)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말기 대당 이용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처럼 휴대폰에 심카드만 끼워 사용하는 나라의 경우 심카드 숫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수에 허수가 발생해 가입자당 매출(ARPU)이 낮아지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분당 음성통화요금도 착신과금 국가나 무료 통화라는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은 받는 사람도 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무료 통화를 많이 주는 요금제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100분에 2만원을 내는 가입자에게 300분 무료 통화를 줄테니 3만원을 내라고 한다면 통화량 증가로 RPM 지표는 낮아지지만 요금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한국은 로밍 후발국으로 국제망사용료 협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서 국내로 거는 로밍은 외국 이통사가 책정하는 것이어서 국내 이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