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 화려한 외관, 다양한 기능과 3000달러 이상의 높은 '몸값'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소위 '럭셔리폰'이 수요 급감으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토롤라, 노키아 등 통신기기 생산업체는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고가 럭셔리폰 시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소비자들의 외면과 투자 대비 수익 저하 탓에 관련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모토롤라는 이주 초 3000달러가 넘는 자사의 휴대폰 '아이보리(Ivory) E18'의 생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통신서비스업체의 물색에 실패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에 62캐럿짜리 사파이어 크리스탈 렌즈를 단 2000달러짜리 휴대폰 '아우라'를 내놓기도 했다.

1500달러가 넘는 휴대폰을 내놓으며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던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업체 뱅앤드올룹슨(Bang & Olufsen)도 지난 10월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휴대폰 사업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한 시장조사기관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 시장에서 '초고가' 휴대폰의 출시는 시기와 어긋난 행보라고 분석했다.

아비 그린가르트 커런트애널리시스 소비자부문 담당자는 "럭셔리폰은 북미지역에서 단 한 번도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없다"며 "소비자들의 외면 탓에 일부 생산업체들이 중동 등 신흥국가에서 보였던 찰나의 행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키아의 럭셔리폰 '버튜(Vertu)'는 럭셔리폰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버튜의 프랑크 누오보 대표는 럭셔리폰들의 '몰락'은 "주요 공략대상을 대중의 거대 시장으로 잡은 것이 패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누오보 대표는 "자동차나 시계처럼 진정한 럭셔리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금세 폐기처분이 될만한 물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언젠가는 럭셔리폰이 부활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버튜는 오는 8월 카본파이버 소재를 적용한 9800달러짜리 휴대폰 '어센트 Ti'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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