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TV(IPTV)란 말은 아직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름에 인터넷주소를 뜻하는 IP란 말이 들어가 있어 PC에서 보는 TV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비스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도 볼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디지털 융합 기술을 대표하는 상품치고는 데뷔 인상을 그리 훌륭하게 만들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고 이런 지적이 다 옳은 것만은 아니다.

7월 말로 서비스 3주년을 맞은 IPTV는 최근 메이저리그나 한국프로야구를 중계해주는 스포츠전문 채널을 개국하면서 실시간 채널 수를 어느덧 80여개로 확대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만날 수 있는 전용 채널을 비롯해 음악프로그램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만 비쳐주는 카메라를 선택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도입해 마니아층을 끌어모으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세돌을 맞은 IPTV가 안방을 사로잡기 위해 진화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실시간 채널 80여개로 확대


IPTV가 국내에 처음 서비스된 것은 2006년 7월 말이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가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골라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의 서비스를 내놓은 게 출발점이다. 지난해 말에는 KT가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실시간 채널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IPTV를 접해본 사람들이 꼽는 최대 단점은 실시간 채널의 부족이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 중계를 해주는 채널이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하지만 최근 IPTV 전문 스포츠채널이 잇따라 개국하면서 이런 말을 무색케 만들었다. IPTV 3사와 스포츠 전문 마케팅회사인 IB스포츠는 최근 종합 스포츠 채널인 'IPSN(IPTV Sports Network)'을 만들었다. 추신수,박찬호 등이 출장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 및 올림픽 축구 최종예선 등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스포츠채널 '스포츠원'은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최근 하루에 한 경기씩 IPTV를 통해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생중계도 시작했다.

잇따른 신규 채널 개국으로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앤TV' 실시간 채널을 80개로,KT와 LG데이콤은 '쿡 TV(QOOK TV)'와 'myLGtv'의 채널은 각각 70개,62개로 확대했다. 실시간 IPTV 가입자도 6월 말 기준 KT가 23만명,LG데이콤 15만명,SK브로드밴드 8만7000명 등 총 47만명으로 늘어났다. 증가 속도가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VOD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는 168만명 수준이다.

◆보고 싶은 가수 가장 먼저 만난다

달라진 IPTV의 모습은 새롭게 추가된 양방향 서비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브로드밴드TV는 8월부터 국내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가수 비 전용 채널인 '레인(RAIN)'을 개설한다. 인터넷에 가수의 홈페이지를 구축하듯 IPTV 내에 CUG(Community User Group) 전용 채널을 만들어 팬들에게 가장 먼저 비의 근황을 알려주게 된다. 레인(RAIN) 채널에서는 비의 인사말,최근 출연작,광고,공연실황,사진 등을 볼 수 있고 히스토리 메뉴에서는 1~5집까지의 음반 영상 및 뮤직비디오,메이킹 필름 등을 볼 수 있다. 전국 220여개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는 KT의 '우리교회' 서비스도 인터넷처럼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방송하는 맞춤형 CUG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쿡TV에서 서비스하는 IPTV 전용 음악프로그램 'The M'은 내가 원하는 가수만을 집중해 볼 수 있는 멀티 앵글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컨대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를 보면서 강인,시원 등을 비추는 카메라 각도를 선택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KT는 멀티앵글 서비스를 스포츠 중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IPTV용 전용 게임도 등장했다. 그동안 IPTV용 게임은 기존 모바일게임이나 캐주얼 게임을 IPTV용으로 변환한 것이 전부였지만 그라비티가 브로드앤TV를 통해 선보인 '뽀로로 놀이'는 IPTV에 맞춰 개발된 상품이다. 리모컨 화살표키와 확인키 등 최대 다섯 개의 키를 사용해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영유아의 두뇌를 개발시키는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의료,교육,여행 등 다양한 정보 서비스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LG데이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의료부문 양방향 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PTV 보건의료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집에서 원격 의료상담 및 결과 조회가 가능하고 만성질환 및 발병률이 높은 질병에 대한 상세정보와 질병 관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KT는 군 장병들에게 영어회화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IPTV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 데 이어 230여개 산간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이 가족과 영상면회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관광공사의 여행정보 콘텐츠를 IPTV를 통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