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동물인 애기사슴이 겁을 먹으면 물 속으로 도망쳐 한 시간씩이나 물에 잠겨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조상이 수생 생활에 익숙했을 뿐 아니라 고래도 한 조상으로부터 진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BBC 뉴스가 최신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과학자들은 지난 2008년 보르네오 칼리만탄주 북부 지역의 연못에서 헤엄치며 놀던 애기사슴이 탐사팀을 보고 놀라 물 속으로 숨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한 시간동안 이 애기사슴은 너댓 차례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긴 했지만 한 번에 5분 이상 잠수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스리랑카에서도 몽구스에게 쫓기자 연못으로 뛰어드는 산애기사슴을 발견했다고 포유류 생물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꼬마사슴과에 속하는 애기사슴은 반추동물 중에서 매우 작은 편에 속해 쥐사슴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전세계에 약 10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꼬마사슴은 약 5천만년 전 소와 염소, 양, 사슴, 영양 등 다른 반추동물과 갈라져 진화했으며 뿔이 없는 대신 커다란 웃송곳니를 갖고 있다.

애기사슴 가운데 가장 큰 아프리카 종은 습지에 살며 놀라면 강으로 뛰어들어 물 속에 잠겨 있는 습성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남아와 인도, 스리랑카에 사는 다른 애기가슴들은 마른 땅에 사는 육지동물로만 여겨져 왔다.

연구진은 이런 발견은 모든 반추동물들이 한때는 물과 친한 생활을 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또한 고래가 작은 사슴처럼 생긴 친수성 동물로부터 진화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기사슴들이 땅에서 걸어 다니지 않고 물 속에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헤엄치는 것도 예상 밖이지만 보다 흥미있는 것은 이들의 진화가 갖는 의미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2007년 미국 과학자들이 발견한 인도히우스의 화석을 중요한 단서로 들었다.

인도히우스는 작은 사슴처럼 생긴 반추류 동물이지만 초기 고래의 조상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형태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모든 초기 반추류 동물들이 부분적으로는 수중 생활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적어도 세 종의 현생 꼬마사슴이 물 속에 숨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약 3천500만년 전 이들의 공동 조상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사슴처럼 생긴 반추류 동물로부터 오늘날의 고래와 돌고래가 진화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생 동물 가운데 고래와 가장 가까운 하마 역시 위협을 받으면 물 속에 뛰어드는데 이는 양이나 영양 등 다른 현생 종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