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데이타, 와이브로 사업 중단

포스데이타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와 경쟁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의 공세로 우리나라가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에 대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포스데이타가 최근 해외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 시장 활성화 지연과 글로벌 경쟁역량 부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와이브로 사업을 중단하기로 선언함에 따라 상용화 3년을 맞은 와이브로 사업이 기로에 섰다.

지난해까지 5년간 1천700억원을 와이브로 사업에 투자한 포스데이타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부담 등으로 지난해 787억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부진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들었다.

2004년 플라이보(FLYVO)라는 브랜드로 와이브로 장비 사업에 뛰어든 포스데이타는 기지국, 제어국 등 와이브로 시스템 장비를 개발, 2007년부터 싱가포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일본 등으로 장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 2번째로 원천기술을 포함한 상용화 수준의 와이브로 장비를 개발하고 해외에서 상용화 레퍼런스까지 확보한 포스데이타의 갑작스런 와이브로 `낙마'는 정부와 주변 업계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6월30일 의욕적으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했지만, 현재 와이브로 가입자는 22만4천명, 매출은 3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하다.

IT서비스를 주력으로 해온 포스데이타는 특히 통신 장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수천억원 규모의 R&D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포스데이타는 한때 와이브로 사업도 기업형 솔루션에 맞춰 `무선 SI(시스템통합) 사업'의 전략을 세우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 2007년에는 포스데이타 직원이 와이브로 기술을 해외 유출하려다 붙잡힌 사건도 발생한 적 있었다.

포스데이타 측은 와이브로 시장 형성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글로벌 통신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데이타의 결정이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통신전문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는 최근 세계 와이브로 장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억달러에서 올해 161억달러로 5배가량 늘어나고 2012년에는 59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쟁기술인 LTE는 현재 표준화 작업이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면 3∼5년의 시차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향후 5년간의 국내외 와이브로 시장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LTE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스웨덴의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이 국내에 1천명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는 등 투자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에릭슨은 이를 통해 LTE 시스템을 통신망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는 등 와이브로 전진기지인 한국에서 LTE 사업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지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선시스템연구부장은 "글로벌 통신기업들의 주도로 통신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나라들은 와이브로를 도입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3G LTE 기술로 가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부장은 그러나 "미국이 유럽의 통신시장 수익모델을 따르려 할지, 와이브로 기술을 적극 도입하게 될지가 와이브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기반으로 통신망 구축이 제대로 안 된 개도국을 통해 와이브로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간다면 보수적인 메이저 글로벌 통신사업자도 침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스웨덴, 핀란드도 인구와 자체 시장이 작지만 국내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투자를 늦추지는 않는다"며 "시장 생태계를 잘 분석해 값싸게 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