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아이들을 잡아라."

요즘 아이들 10명 중 2명은 아토피를 앓는다고 한다. 엄마들은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 피부질환에 좋다는 비누며 샴푸,각종 먹을거리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엄마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소리겠지만 요즘은 그래서 '가려운 아이들' 시장이 활황세를 띠고 있다.

◆늘어나는 '가려운 아이들'

통계청에서는 올초 큰 소비력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슈머로 '가려운 아이들(Itchy Kids)'을 꼽았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아토피와 같은 환경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약 20%.일곱 살 이하의 영 · 유아 6453명을 조사해봤더니 10명 중 2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아토피 피부염,천식 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664만명으로 2002년보다 20.9% 늘어났다.

피부질환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업계도 관련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토피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관련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토피 잡는 청소기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곳은 청소기 업계다. 청소를 할 때마다 날리는 집안 먼지와 세균을 싹 없애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 영국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은 최근 'DC22 알레르기' 청소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영국을 비롯해 미국 스위스 등의 천식 알레르기 협회에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균까지 제거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미세먼지 재방출 문제를 99.99% 잡아 실내 공기를 맑게 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한경희생활과학도 아토피 예방 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한경희 아기사랑 아토스팀'은 은나노 성분과 100도에 달하는 고온의 살균 스팀 기능 등이 들어간 시스템으로 아토피를 예방한다. 회사 관계자는 "아기사랑 아토스팀으로 청소하면 포름알데히드,벤젠,톨루엔,암모니아 등의 유해 화학 성분도 최대 90%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맑은 공기 뿜는 제균기

삼성전자는 알레르기 원인물질과 세균을 동시에 잡는 '바이러스 닥터'를 내놓고 있다. 플라즈마 이온으로 공기를 분해해 활성수소와 산소이온을 대량으로 발생하는 슈퍼 청정기술(SPi)을 적용했다. 최고급 르노삼성자동차인 SM7에도 들어가는 이 기술은 최근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가격도 22만원 선으로 저렴해 개인용 공기 제균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24시간 사용 기준으로 한 달에 800원가량의 전기를 소모해 가계 부담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해외 미생물 실험기관인 키타사토 메디컬 센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슈퍼 청정기술을 이용하면 감기의 원인인 A형 독감 바이러스는 한시간 안에 99.6%를 제거할 수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연구소의 최도철 전무는 "하루의 90% 이상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안전한 공기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물속 염소 제거해주는 연수기

웅진코웨이는 물속에 남아 있는 염소 성분을 제거해주는 '룰루연수기'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토피 환자들이 목욕을 할 때 수돗물을 바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연수기를 고안해냈다. 회사 측은 잔류 염소와 부유 물질을 걸러주는 복합 필터를 채용해 아토피성 피부염과 피부 보습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1세기 환경병으로 불리는 천식,아토피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더욱 주목받으면서 관련 시장도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