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이메일체크와 트위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아이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회의석상에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공식적인 업무석상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새로운 '에티켓'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전했다.

뉴욕 맨해튼의 한 마케팅 리서치회사 대표인 롤랜드 홉스는 최근 한 미팅에서 고객이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눈에 좀 거슬렸다.

홉스와 그의 동료는 고객이 회의 도중에 무슨 일로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는지 고객이 아이폰에 열중해 있는 틈을 타 어깨너머로 살짝 들여다봤다.

그는 중요한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자동차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홉스씨는 "중요한 고객이라서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연예기획사 크리에이티브아티스트에이전시(CAA)와 유나이티드탤런트에이전시(UTA)는 아예 회의석상에서 블랙베리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취업관련 웹사이트인 야후 핫잡스가 지난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5천300명의 직장인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회의 도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메일을 수시로 체크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0%가량은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상사나 동료로부터 '매너가 없다'고 질책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투자은행가 부류'만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일리노이주의 수질관리시스템업체 엘크 그로브 빌리지의 프랭크 켄들러 대표는 "이제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며 동료 10명 가운데 6명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 프리젠테이션을 빨리 끝내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행정의 중심 워싱턴 D.C의 공공기관 회의석상에서도 스마트폰은 흔한 휴대품이다.

미 국무부 건물 일부 구역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블랙베리의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사용이 허가된 구역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블랙베리나 아이폰을 꺼내 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회의나 업무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주의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
IT 컨설팅 회사 이폴리시 인스티튜트 관계잔느 "사람들은 흔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잡담을 하는 것보다 주의를 덜 분산시킨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주의를 산만하게 할 뿐 아니라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에게 모욕적인 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애용자들은 속도전이 요구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고객의 이메일을 즉각 체크하고 응답하는 등 스마트폰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업무나 회의시간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규정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의시작 전에 스마트폰을 회의 테이블에 잠시 놓아두고 회의를 시작하는 등의 타협안을 찾기 시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