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월드 IT쇼(WIS) 2009'가 지난 20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경제신문 주관으로 치러진 이번 전시회는 사상 최대인 16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일궜다.


◆'IT 코리아' 해외 시장 넓혔다

전시회 기간 중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IT 수출상담회에는 18개국 39개사의 해외 바이어들이 참가,국내 120여개 IT 기업들과 1 대 1 수출 상담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만 3000여만달러의 수출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윤경상 무협 전시컨벤션팀장은 "수출상담회 외에도 9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 부스를 찾아 기업들과 상담을 벌였다"며 "전체 수출 상담액은 작년의 두 배인 2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선통신 시스템 업체인 엠프리비젼은 인도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크리시나와 수출 상담을 벌여 키폰 등을 수출하기로 했다. 컴퓨터 백신 업체인 하우리는 홍콩의 대형 유통 업체인 SHI인터내셔널과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하우리의 백신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 3차원 공간정보 시스템 업체인 우대칼스는 말레이시아의 듀라텔에 실사 기반의 3차원 공간정보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PC 원격제어 솔루션 업체인 알서포트는 영국 e비즈니스 업체인 오픈소스 디벨로프먼트를 통해 유럽 및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서형수 알서포트 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유럽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바이어들이 월드 IT쇼를 많이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멀티 컬래버레이션' 두드러져

국내 IT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월드 IT쇼가 올해 던진 화두는 '컬래버레이션'(이종 기업 간 협업 · collaboration)이었다. KT와 SK텔레콤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동통신을 자동차 제어에 활용한 신기술,LG전자가 명품업체 프라다와 함께 만든 프라다2 휴대폰과 삼성전자가 제일모직과 디자인을 협업한 햅틱팝 휴대폰 등이 대표적인 '컬래버레이션' 사례다. IT기기나 서비스 간 컨버전스에 머물지 않고 이종 산업과 IT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이 확인됐다.

KT가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쇼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는 자동차 부품상태 진단,교통정보 · 주유소 가격 정보 등을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융합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주목받았다. KT는 내년 출시되는 기아차에도 이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소개한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 '차내 모바일(Mobile in Vehicle)'도 휴대폰으로 자동차 원격 진단 및 제어는 물론 각종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길 안내,위치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서비스다.

손대림 SK텔레콤 NI기술원 MD개발담당 매니저는 "르노 본사와 차내 모바일 상용서비스를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는데 2012년께부터 르노 자동차에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 IT쇼는 최첨단 '터치 기술'과 편리한 사용자 환경(UI),고화질 등이 휴대폰 등 IT기기의 최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사실도 확인시켜줬다. LG전자는 국내에 출시한 휴대폰 가운데 최초로 멀티 터치 기능을 갖춘 '프라다폰2'를 전시했고 삼성전자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장착해 화질이 뛰어난 '울트라 햅틱폰'을 선보였다.

김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IT기기에 점점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TV뿐만 아니라 휴대폰 등에서도 화질이나 UI를 고려하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