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융합 · convergence)를 넘어 컬래버레이션(이종 기업 간 협업 · collaboration)'으로.SK텔레콤유진로봇을 만났고 KT는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을,LG는 프라다를 각각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WIS) 2009'는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컬래버레이션'을 IT(정보기술) 산업의 새 흐름으로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IT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던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패러다임이 '멀티 컬래버레이션'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시너지만 낼 수 있다면 업종과 시장을 불문하고 손을 잡는다. 협력 방식이 대단히 유연하고 탄력적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 계약의 성격을 띠는 전략적 제휴와 차별화된다.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쇼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라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KT는 자동차 부품 상태 진단,교통정보 · 주유소 가격 정보까지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융합 기술을 선보였다. 이석채 KT 회장은 "업종이 다른 대기업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KT 발전의 조력자 역할을 해온 중소기업들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중소기업 뉴딜' 정책을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전시회에서 유진로봇,SK C&C,르노삼성 등과 협력해 만든 영상전송 로봇,원격 진료,차량 원격 제어 · 진단 서비스 등을 시연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음성통화 중심의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며 "IT와 제조,유통의 컨버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2% 올리면 나라 전체로 20조원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 이 중 절반만 통신업체가 가져가도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명품업체 프라다와 함께 만든 프라다2 휴대폰과 삼성전자가 제일모직과 디자인을 협업한 햅틱팝 휴대폰 등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컬래버레이션' 사례 중 하나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과 전자신문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월드IT쇼 2009에는 17개국 500여개 기업이 참가해 기술 경연에 들어갔다. 15개국 장관들이 참석한 방송통신장관회의와 국제방송통신 컨퍼런스도 함께 개막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컨퍼런스 개막 축사에서 "산업 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탄생하고 기존 산업이 재편되는 등 IT산업의 빅뱅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를 활용해 성장 정체에 빠진 IT산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