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취임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직접 신성장동력 회의를 주재하며 미래 먹을거리를 찾고 있지만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서다. 이동통신회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불붙어 대폭적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음성통화 등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는커녕 하반기 경영 목표도 제대로 세우지 못할 정도다.

◆비용 느는데 매출은 줄고

지난 5월 한 달간 이동통신사를 바꾼 가입자는 119만680명으로 2004년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한 이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포화된 시장에서 서로 상대편 가입자를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을 펼친 결과다. 월 100만명가량 번호이동을 한 지난해 2분기 KT(당시 KTF)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 2분기 이동통신 3사 모두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2007년 2조8540억원(매출액 대비 비중 25.3%)에서 지난해는 3조640억원(비중 26.2%)으로 늘어났다.

비용이 늘어난 반면 매출은 줄고 있다. SK텔레콤 가입자 한 사람이 쓰는 월평균 통신비(가입자당 매출:ARPU)는 2006년 4만4599원을 기록한 이후 3년째 감소세를 지속,올 1분기에는 4만1372원으로 떨어졌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휴대폰 요금 할인 규모는 4304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이 235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T 1013억원,LG텔레콤 937억원 순이다.

결합상품 가입자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올 전체 요금할인 규모는 지난해 할인액(68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2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봄날은 갔다

경영지표가 나빠졌다고 이통사들이 당장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 비록 이익 규모는 줄고 있지만 이통 3사는 지난해 3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미래 성장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되면서 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줄어든 음성매출을 보완해 줄 대안으로 2000년대 들어 모바일 인터넷 분야를 육성해왔지만 관련 매출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이례적으로 경영목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외부적인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방통위는 산업 발전을 위해 와이브로 등의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 요구가 아니더라도 2012년께는 각사마다 수조원을 쏟아야 하는 4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에서 철마다 제기되는 요금인하 요구도 고민거리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은 문자메시지(SMS) 무료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추는 게 시장과 소비자에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통신업체들이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여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심각한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