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야,넷북이야?"

미국 퀄컴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PC전시회인 '컴퓨덱스'에서 스마트북이란 개념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음성통화는 물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스마트북이란 이름을 붙였다. 올 4분기 중 판매할 이 제품은 넷북처럼 작아 들고 다니기에도 편하다.

휴대폰 칩세트 시장을 주도해 온 퀄컴이 노트북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컴퓨터 칩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이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일명 PC폰)란 이름을 만들어 통신시장 진출을 추진하자 맞불을 지른 셈이다. 휴대폰과 PC의 경계를 놓고 양 시장 맹주 간 정면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스마트폰처럼 쓰는 노트북

스마트북은 5~10인치대 크기의 화면에 인터넷,이메일,미디어플레이어,소셜네트워킹서비스,개인비서(PIM) 등의 기능을 두루 갖췄다. 크기나 사용처 모두 넷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넷북과 구별되는 것은 통신칩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북에서 인터넷을 쓰려면 와이브로나 3세대 이동통신 모뎀 등을 외부에 연결해야 하지만,스마트북은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통신칩+프로세서+그래픽)을 내장해 별도의 연결이 필요하지 않다. 몇 분씩 걸리던 노트북 부팅시간이나 대기시간도 대폭 줄였다. 휴대폰처럼 버튼 하나만 누르면 통신이나 PC 기능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퀄컴은 스마트북을 언제 어디서나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always connected''instant 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놨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채택,배터리 사용시간도 기존 노트북에 비해 대폭 향상시켰다는 게 퀄컴 측 설명이다.

퀄컴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넷북이 싸고 작은 노트북 개념인 데 비해 스마트북은 스마트폰처럼 원할 때 바로 쓰는 노트북"이라고 설명했다. PC업체들은 올 4분기 중 스마트북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 도시바,대만 아수스,위스트론 등의 PC 제조회사들이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퀄컴은 국내 유력 PC업체와도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차세대폰 시장 대격돌

퀄컴이 스마트북이란 개념을 내놓은 것은 휴대폰과 PC의 컨버전스가 급진전되고 있어서다. 휴대폰업체들은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보다 편리하게 웹서핑을 할 수 있도록 휴대폰 화면을 점차 키우고 있다.

PC업체들은 반대로 노트북의 화면 크기를 줄여 이동성을 높이고 여기에 통신 기능까지 결합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휴대폰보다는 크고 노트북보다는 작은 크기의 화면을 가진 중간형 제품이 차세대폰을 주도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인텔이 내년 초 통신 기능을 내장한 4~7인치 화면 크기의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뉴욕 타임스는 이 같은 신개념 모바일 단말기를 '프랑켄 프로덕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간과 괴물의 이중성을 가진 프랑켄슈타인처럼 휴대폰과 노트북의 기능을 고루 갖춘 차세대 기기가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PC와 휴대폰 칩 시장을 양분해온 인텔과 퀄컴이 각각 상대방 영역에 진출함에 따라 IT컨버전스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