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직급 파괴..공기업적 잔재 탈피
3년6개월 창업지원 휴직제 도입...본사중심 인사관행도 개선


통합법인 출범으로 3만8천명의 인력을 거느리게 된 KT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식 인사제도와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 연봉제를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KT는 오랜 노사 협의 끝에 인사 혁신 프로그램에 전면 합의하고 대표적인 공기업적 잔재로 지적받아 온 일반직, 연구직, 별정직, 지원직 등의 직종구분과 2~6급의 직급체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보수 체계도 개인 성과에 따른 보수등급(Pay Band)으로 전면 개편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직급 대신 급여 수준에 따라 L(leader)-P(Professional)-S(Senior)-J(Junior)-A1(Assisstant1)-A2(Assisstant2)의 등급으로만 구분되며, 직종ㆍ직급과 관계없이 더 강력한 내부경쟁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KT는 한국전기통신공사 발족이래 지난 30년간 유지해 온 호봉제를 전격 폐지키로 했다.

호봉제는 그간 성과주의 인사의 가장 큰 장애물로 간주돼 왔다.

KT는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별 실적에 따라 임금인상에 차등을 두는 성과인상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또한 팀워크과 경쟁효과를 동시에 거두기 위해 부서성과급의 차등폭도 150%까지 높였다.

KT 노사는 또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고령 노동자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최초로 최장 3년6개월간의 `창업지원휴직'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전직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기 생애를 스스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노사 모두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KT 노사는 KTF와의 합병에 따라 기존 KTF에만 있던 차장제를 통합 KT에 신설하는데 합의하고 3년간의 성과를 종합 고려한 포인트 승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들 배치에 있어서도 본사 중심의 통제 위주 인사관행을 개선해 인력의 수요과 공급을 웹사이트에서 개인과 부서 간에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HR-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런 배치 시스템은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등 일부 회사에서 도입된 바 있으나 3만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도입한 사례로는 처음이라고 KT는 밝혔다.

KT 측은 "연공서열식 인력관리체계를 혁신하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생산성과 효율성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KT가 직면한 성장정체를 극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T 노사는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합병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합의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