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모씨는 한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산 '캐논 익서스 카메라'(41만원)를 보름 만에 물에 빠뜨렸다. 급히 서울 남대문 수리업소로 달려갔으나 수리비가 카메라 값과 맞먹는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다 오픈마켓 측에 문의했다. 오픈마켓은 캐논의 공식 AS센터에 확인한 결과,수리비용이 제품 가격보다 더 드는 점을 확인하고 김씨의 제품 구매액을 전액 보상해줬다.

'천사표'같은 이 오픈마켓은 SK계열의 11번가. G마켓,옥션이 장악하고 있는 오픈마켓 시장에 지난해 2월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1년여 만에 회원 500만명을 돌파하며 이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11번가 돌풍의 가장 큰 비결은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안심쇼핑보장제'.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한 지 30일 이내면 제품 하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실수로 파손된 상품이라도 수리비를 보상해 주거나 동일한 상품으로 교환해 주는 획기적인 서비스다. 11번가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짝퉁 상품의 구매 금액 전액과 함께 구매 금액의 10%를 보상 포인트로 얹어주는 '110% 보상제'도 시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현재까지 총 300건 넘는 보상이 이뤄지며 오픈마켓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번가의 안심쇼핑보상제에선 보상액이 100만원을 넘는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LG전자의 47인치형 LCD TV를 243만9000원에 구입한 박모씨가 일주일 만에 제품이 거실장에서 미끄러져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S업체로부터 패널과 케이스 교체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박씨는 11번가에 보상을 의뢰했고,엿새 만에 108만5000원의 수리비용을 받았다.

김선희 11번가 고객센터장은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당초 4개월만 시행하려던 것을 상시서비스로 전환했다"며 "업계 안팎에선 블랙컨슈머(악덕소비자) 때문에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악성이라고 의심되는 소비자는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이달부터 신뢰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안심쇼핑보상제'의 명칭을 '구매실수보상서비스'로 바꾸기로 했다.

이와 함께 '110%보상제'는 샤넬,버버리,롤렉스,폴로 등 6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총 157건의 보상이 이뤄졌다. 11번가에서 30만원짜리 '노스페이스' 점퍼를 사서 아들에게 선물해 준 한 학부모는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짝퉁 같다"는 말을 자주 듣자 진품 감정을 의뢰했다. 11번가는 감정 결과 위조품으로 밝혀지자 보상해줬다.

하지만 보상이 제한적인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110% 보상제'는 감정 협력업체로 등록된 65개사 제품 외에는 짝퉁 감정을 받지 못한다. 안심쇼핑보장은 아이디 1개당 한번만 보상해 주는 제한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보상제도가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한국소비자원의 권고 사항이며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보상해 주는 것은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