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일명 '미드'로 알려진 미국 드라마 마니아다. 휴일을 맞아 하루종일 '미드' 시리즈를 시청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는 회사의 비상호출을 받았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난 뒤다. 하지만 별로 아쉬움은 없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휴대폰으로 드라마의 남은 부분을 볼 수 있어서다. 회사에서 업무를 마친 뒤에도 PC를 끄지 않고 '미드'를 마저 즐긴다. 이른바 '3스크린 플레이'가 제공할 미래의 보편적인 생활상이다.

3스크린 플레이는 휴대폰 PC TV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대표 기기 3가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장소와 기기가 달라져도 끊김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A씨가 가입한 통신사나 방송사가 그의 각종 단말기에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IT의 컨버전스(융 · 복합화)는 이 같은 통합 서비스 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애플 노키아 소니 등의 전자업체들이 각각 아이튠즈 오비 아이비오라는 이름의 콘텐츠 서비스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휴대폰 PC TV 등 하드웨어 사용자 기반을 앞세워 통신사들의 텃밭인 서비스 분야까지 진출한 것.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운영체제(OS)를 바탕으로 기존 PC 영역에서 TV 휴대폰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조사,소프트웨어,서비스 업체의 경계가 없는 무한경쟁의 국면이다. 이대로 간다면 통신사나 방송사는 그저 네트워크(망)만 제공하는 일명 '파이프 사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T&T 같은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TV(IPTV) 가입자에게 휴대폰이나 PC에서 방송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초기 단계의 3스크린 전략을 내놓고 있다. TV나 휴대폰 같은 단말기 사업자들도 미래생존이 불투명해졌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똑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적인 3스크린 플레이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 미디어 시장은 물론 IT산업 전반의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야흐로 '컨버전스 3.0'으로 불리는 빅뱅이 시작됐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