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넷북!"

요즘 PC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넷북만큼 반가운 존재도 없다. 경기 불황으로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데 기존 노트북의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넷북 제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넷북은 사무실이나 집 바깥에 들고 다니며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7~10인치의 작은 크기로 만든 미니 노트북이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의 부품도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업에 적합한 수준으로 구성해 가격을 낮췄다. 외산 제조사들이 주도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까지 뛰어든 덕분에 넷북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디자인이나 가격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세계를 휩쓰는 넷북 열풍

인텔은 넷북용 프로세서인 아톰을 처음 내놓으면서 기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보조하는 세컨드 PC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이나 회사에서는 일반 PC를 사용하다 외부에 나갈 때는 휴대하기 편리한 넷북을 쓸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혀 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소비자들은 넷북을 기존 PC나 노트북의 대체품으로 선택했다. 소비 지출을 줄여야 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값싼 넷북이 딱 들어맞은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넷북 공급량은 약 450만대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7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1분기 전체 PC 판매량 중 약 8%를 차지할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넷북 공급량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2200만~2800만대에 달하고 내년에는 4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시장에서도 1분기 넷북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5만대,LG전자가 2만7000대의 넷북을 판매하는 등 11만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전체 넷북 판매량(10만대)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선 셈이다. 올해 전체 판매량도 50만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노트북 절반 가격에 구매

넷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휴대하기 간편하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삼보컴퓨터,아수스,MSI 등 중소업체들 제품은 40만~5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제품은 이보다 비싼 60만~80만원대 수준이다. 그래도 100만원을 훌쩍 넘던 기존 노트북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싸다.

하반기부터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대리점에서 넷북 판매를 시작하는 것도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휴대폰을 살 때처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넷북을 더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내달께 와이브로나 3세대 이동통신(HSDPA) 모뎀을 내장한 넷북을 자사 대리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KT도 내달 흡수합병하는 KTF의 수도권 700여개 대리점을 통해 넷북 판매에 나선다.

통신업체들은 월정액 상품(기본료 2만원대 후반) 가입자에게 20여만원의 보조금을 줄 예정이다. 40만~60만원대 넷북을 절반 가까이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 후 나머지 구매 대금도 24개월 할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 주변기기 시장도 넷북 바람

저가 노트북인 넷북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SW) 시장에도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노트북은 2기가바이트(GB) 이상의 메모리를 탑재하지만 넷북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1GB 수준에 불과하다. 성능이 떨어지는 넷북에서도 잘 돌아가도록 운영체제(OS),백신,브라우저 등의 군살을 빼기 시작한 것.마이크로소프트(MS)는 연내 국내외 출시를 앞둔 '윈도7'을 개발하면서 넷북에서도 무리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중앙연산처리장치(CPU),메모리 등의 사용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미국 시만텍 등 백신 업체들이 용량을 각각 기존 제품의 10분의 1,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경량화 백신 'V3 365클리닉''노턴 2009' 등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장 하드디스크(HDD)도 넷북 바람을 타고 판매가 늘고 있다. 넷북의 저장공간(HDD)은 기존 노트북의 절반 수준인 80~160GB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부에 데이터를 저장할 여유가 많지 않다. 동영상 등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넷북을 사용하다 보면 외장 HDD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반기 200달러대 넷북도 등장

중국 PC업체 스카이톤은 오는 8월께 250달러대의 넷북 '알파 680'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 저가 넷북에 비해서도 100달러가량 싼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처럼 싼 이유는 기존 PC 시장을 이끌어온 인텔이나 MS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이 MS에 도전하기 위해 PC나 휴대폰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든 무료 OS인 안드로이드와 휴대폰 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장악해온 ARM사가 PC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개발한 '스냅드래곤'이란 부품을 사용해 200달러대 넷북을 만들었다.

스카이톤 외에도 델,HP,에이서,삼보컴퓨터 등도 안드로이드 넷북 개발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PC 시장을 주도해온 이른바 윈텔(MS+인텔)의 아성이 넷북 등장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들의 경쟁이 활성화될수록 소비자들에게는 더 싼 가격에 넷북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