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11번가가 미국 이베이에 인수된 G마켓과 옥션을 정조준한 '시비 걸기' 광고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11번가는 'G마켓 · 옥션에게 11번가가 묻습니다'라는 도발적인 지면광고(사진)를 지난 6일부터 게재하고 있다. 이 광고에선 '왜 이런 혜택을 못 주시나요?'라며 △위조품 110% 보상 △고객실수 보상 △24시간 콜센터 △OK캐쉬백 최대 11% 등 현재 11번가의 서비스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옥션과 G마켓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박주범 G마켓 홍보팀장은 "광고의 설득력은 이를 접하는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업계에선 흔히 있을 수 있어 특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11번가가 이베이의 시장 장악에 맞서 본격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베이는 2001년 옥션에 이어 지난달 16일 G마켓마저 인수,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절대강자가 됐다. 이에 코너에 몰린 11번가는 오픈마켓의 독점을 견제할 '유일한 대안'인 동시에 토종임을 강조하는 '애국심 마케팅'까지 들고 나온 것.박선균 11번가 대외협력실장은 "앞으로 옥션과 G마켓이 벌어들이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고스란히 이베이로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11번가는 위조품 · 고객실수 보상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1년여 만에 5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G마켓(1500만명)과 옥션(1700만명)에 비해선 아직 역부족인 실정이다. 윤영석 11번가 전략기획팀장은 "토종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비교광고를 계속 내보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11번가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옥션과 G마켓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오픈마켓의 진입장벽이 낮다고 결론내린 데 대해서도 불만이다. CJ오쇼핑이 운영했던 오픈마켓 '엠플'과 GS홈쇼핑의 'GS이스토어'가 각각 80억원 안팎을 투자하고도 손익분기점(총 거래액 1조원 이상)을 못 넘겨 끝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11번가의 고전을 예상하고 있다.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공룡 같은 옥션 · G마켓과의 거래를 끊고 후발주자나 점유율이 낮은 오픈마켓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선순환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어 모기업(SK텔레콤)의 추가 투자가 없다면 이베이의 독점 체제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