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기업들 물밑준비 작업 부산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연내 종합편성 채널 도입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미디어 기업들이 물밑에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이 가시화됨에 따라 현재 통신사 등 대기업과 메이저 신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외주제작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물밑에서 합종연횡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시청자들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차원에서 신규 종합편성 PP를 도입해 연내 첫 사업자를 선정키로 한 상태다.

종합편성 채널은 PP의 하나지만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를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나 영향력에서 기존 지상파채널에 버금가는 방송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콘텐츠 전송 방식이 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 위성, IPTV 등 플랫폼을 통해야 한다는 점만 다를 뿐 까다로운 사업 승인절차를 두는 등 종편채널의 법적지위는 지상파방송과 동일하다.

특히 현재 지상파방송을 케이블과 위성 등을 통해 80% 이상 시청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종편 채널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전국망을 갖춘 새로운 지상파방송을 허가받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종편 채널은 2000년 1월 통합 방송법 제정 당시 일반 PP인 `전문편성 채널'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등장, 도입논의가 이어졌으나 그간 방송규제와 시장상황 등 복잡한 이유로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해 새로 출범한 방통위가 종편채널 도입 논의와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도입방안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상당수 중앙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전문 PP사업을 벌이면서 종편 채널 진출을 모색해왔으며 일부 신문사는 외자유치 등을 통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콘텐츠 기근에 시달리는 IPTV 사업자들도 방송사나 외주제작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종편채널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력과 플랫폼을 갖춘 통신사로선 초반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IPTV 사업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비장의 카드로 종편채널을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부 평가 결과 당분간은 종편채널에 진출할 여력이 없다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IPTV 활성화와 시장확대 차원에서 통신사의 종편채널 진출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평가되던 IMT-2000 사업자 선정 시 각 통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1조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출연금을 내고서라도 경쟁적으로 사업을 하려 했던 것처럼 종편채널이 IPTV활성화에 필수적이고 장기적으로 수익성도 있다고 판단되면 통신사업자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 구성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
반면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은 기존 방송광고 시장을 잠식해들어올 종편채널 도입에 반대 입장을 굳히고 파업 등을 통해 저지할 태세여서 종편채널 도입을 놓고 또다른 `미디어 전쟁'이 벌어질 공산도 적지 않다.

언론노조 등은 종편채널 사업을 통한 메이저 신문사들의 방송진출이 여론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종편 채널 한 개를 운영하는데 연간 4천억∼5천억원의 대규모 자본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뜻 종편 채널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앞으로 광고시장 경기가 획기적으로 호전되지 않는 한 사업 개시 후 3∼5년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종합편성 채널은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을 비축해 두고 5년 정도를 끊임없이 적자행진을 계속해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연평균 프로그램 제작비용이 약 2천500억∼3천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니면 이 정도 규모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최소한 3∼5년간 계속될 적자를 감수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종편 채널이 YTN, MBN 보도 채널과 같이 케이블TV 등의 의무 재송신 범위에 포함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케이블TV 업계는 의무 재송신 대상을 종편 채널까지 확대하는 것은 근거도 약할 뿐 더러 플랫폼 사업자들의 편성권을 제약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프로그램 편성 규제와 중간광고 금지 등의 제한을 받는 지상파방송과 달리 종편채널은 유료매체의 성격상 편성규제가 약하고 PPL 등을 활용한 간접광고와 중간광고 등을 활용한 이윤추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 경우 방송의 공익성은 약화되고 시청률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종편 채널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오락성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주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채널 도입 시 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한 심의를 거쳐 방송평가와 재허가 심사시 반영하고 사주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