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사회적 환경 개선이 우선

최근 정부와 인터넷포털이 내놓은 자살사이트 근절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순한 단속의 강화 조치보다는 사회적 환경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경찰청,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지난 3일 포털과 협조해 인터넷에 떠도는 유해 자살 정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4일 라디오 연설에서 가족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자살사이트에 대해 개탄, 단속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자살사이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폐쇄 조치가 내려지고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등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 때문에 자살사이트를 이용한 자살이 문제시될 때마다 강조된 정부와 포털의 조치가 일회성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살사이트는 단속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다시 독버섯처럼 퍼져온 특성을 보여왔다.

지난해 한국자살예방협회를 통해 신고 접수된 사이트는 2007년 480건에서 지난해 84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올해에도 지난달 15일까지 267건의 자살 사이트가 신고 접수되는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당장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국내 포털을 통한 자살 정보교환을 차단한다 할지라도 모니터링 인력을 언제까지 여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 등을 통한 정보교환이 늘어나는 등 인터넷 사용방식이 점점 국제화되는 추세에서 국내 사이트만 단속한다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자살사이트 단속이 근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자살 정보 교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이트에서 단속이 강화되면 충동적으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살 정보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자살을 갈구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해외사이트 등에 둥지를 트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자살사이트가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단속과 규제를 피해 음지에서 폐쇄적인 게시판을 운영하거나 이메일과 쪽지, 휴대전화 메시지 등의 음성적인 방법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사이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도 문제다.

정보 유통 플랫폼이라는 인터넷 공간만의 특수성을 간과한 시각인데다 포털 등에서도 자살과 관련된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살사이트에 대한 단속은 기본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자살에 이르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자살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기댈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데 사회적으로 고민을 받아줘야 하고 일반인들이 자살과 관련한 게시물을 적극 신고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