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나섰으나 이 전 부회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KT 관계자는 "사실상 이기태 전 부회장 영입은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전 부회장쪽에서 고사 얘기가 나온 터라 진행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이석채 KT 회장도 이 전 부회장 영입설과 관련, "공직생활하면서 사람을 보는 눈이 잘 맞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KT측은 최근 해외 체류 중인 이 전 부회장을 개인고객 부문 사장이나, 부회장직으로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이 전 부회장의 KT 입성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 전 부회장이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이지만, 휴대폰 제품을 팔았던 노하우가 통신서비스 시장에서도 직결되리란 보장이 없고, KT의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휴대폰을 이동통신 업계에 판매하는 입장인 삼성전자의 과거 상징적 인물이 KT로 갈 경우 SK텔레콤과의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상근직인 상담역을 맡고 있다.

또 한 때 KT 대표 자리 물망에 올랐던 이 전 부회장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기태 전 부회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상근직을 맡고 있고, '미스터 애니콜'로 불릴 정도의 삼성맨"이라며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부 인사이자 카리스마 있는 이기태 전 부회장이 KT로 간다면 조직과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변화를 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통신산업 구조상 누가 온다고 해도 눈에 띄는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와이브로 등 분야에서 일부 영업은 가능하겠지만, KT의 성장 정체를 뚫을 동력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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