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포가 갖고 있는 세포막은 세포 내부와 외부를 구분지어 주며 세포의 구조 및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세포막과 똑같은 나노구조를 갖는 생체재료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인공장기의 부작용을 막는 코팅재료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이문호 교수와 김가희 박사팀이 '세포막 구조를 모방한 고분자(브러시 고분자)'를 개발하고 이 물질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의 국제저널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세포막은 구조적인 지방 이중층에 인지질 및 단백질 분자가 박혀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세포막 구조는 선택적인 투과성을 지녀 세포 내의 물질들을 보호하고 물질 간 출입에 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모방한 고분자 재료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일정한 선 형태를 유지하는 폴리글리콜이라는 물질에 긴 알킬 체인(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분자들의 집합)을 붙여 브러시 구조를 만들고 끝부분에 인지질을 도입해 인체 세포막 구조와 유사한 브러시 고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이 고분자 물질이 완벽한 세포막 형태의 나노 구조체임을 확인했다.

이 신물질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혈소판이 달라붙지 않으며 사람의 내피세포와 잘 붙는다. 또한 대장균 등 다양한 병원성 균들이 박막 표면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죽는 것으로 나타나 인체 내에서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우수한 생체 재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쥐의 피하조직과 피부 사이에 이번에 개발된 고분자 물질을 넣어 3개월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특별한 증후 없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앞으로 인공혈관 제작이나 기존에 사용 중인 의료용기기 코팅 재료로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

◆생체 재료(Biomaterials)

독성,부작용,인체 거부 반응 등이 없어 인체에 적합한 인공물질을 말한다. 혈액과 접촉하는 경우는 혈액 적합성이 요구되며 생체 조직이나 세포와의 접촉에서는 세포 조직 적합성이 요구된다. 강도,탄성,내마모성,피로강도 등에서 생체와 유사한 기계적 성질과 체내의 혹독한 부식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부식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