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참! 휴대폰 충전을 안 했네.충전기 좀 빌려 주실래요?"

누구나 한번쯤은 휴대폰 배터리가 소모돼 곤란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이 같은 고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을 햇빛에 노출시키기만 해도 자동으로 충전되는 태양광 충전 휴대폰이 속속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는 '전자기(電磁氣)'를 이용해 자동으로 충전하는 기술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태양광폰 시장,올해부터 열린다


22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샤프는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폰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6월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태양광 충전 휴대폰을 상용 제품으로 내놓는 것은 샤프가 처음이다.

샤프 측은 "방수 기능도 갖추고 있어 여름철 캠핑이나 장시간의 야외 활동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며 "전원 확보가 어려운 재해 발생 시에도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야외에서 햇빛을 10분간 받으면 1분가량의 통화를 할 수 있고,대기만 하면 2시간 동안 전원이 들어온다. 일반 배터리도 같이 장착해 태양광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기존 충전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태양광 충전폰 '솔라 크레스트'를 파키스탄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제품 출시는 7~8월께로 샤프보다 다소 늦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 가장 먼저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며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세계 각국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라 크레스트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70만~80만원대의 고급 터치스크린 휴대폰보다는 저렴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에서도 태양광 충전폰 '블루어스'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이르면 올해 말께 상용 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LG전자도 야외에서 햇빛으로 10분간 충전하면 3분가량 통화할 수 있는 '에코폰'을 올해 안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대폰 충전 기술 어디까지 왔나


휴대폰이 '배터리 충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재 전자제품 가운데 태양광 충전만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전자계산기 정도뿐이다. 휴대폰은 전자계산기보다 전력 소비량이 최소 수백배에서 수천배 이상 많아 태양광폰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휴대폰 업계의 한 전문가는 "태양광 셀의 면적과 에너지 충전량은 비례한다"며 "조그마한 휴대폰 면적에서 많은 전력을 얻어내는 일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기술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태양광 셀'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일반 전자계산기의 셀보다 에너지 충전 효율이 수천 배 이상 향상된 태양광 셀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짧은 시간의 충전으로 하루 이상 휴대폰을 사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나오는 제품들은 일반 배터리도 같이 장착하며 태양광 충전은 보조용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전자기를 이용해 사무실 전체를 무선 충전 공간으로 만드는 기술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햇빛이 없는 실내 공간에서도 자동 충전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무선 충전 기술이 2015년께면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걷기만 해도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도 나와 있다. 캐나다의 사이먼프레이저대 연구팀은 지난해 무릎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소형 발전기를 개발했다. 이 발전기를 차고 1분간 걸으면 30분 동안 통화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걸을 때 땅을 박차며 다리를 들었다가 내딛는 동작을 이용해 톱니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