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거부반응 유발 유전자 제거..이종 장기이식 발판 마련

국내 연구진이 인체에 이식됐을 때 면역체계에 의한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바이오신약장기사업단(단장 임교빈 수원대 교수)은 22일 초급성 거부반응 유발 유전자를 제거한 체세포를 이용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 1마리가 지난 3일 태어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교과부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국생명공학연구원(故 이경광)과 국립축산과학원(박수봉), 단국대(심호섭), 건국대(김진회), 전남대(강만종)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없는 미니돼지의 장기는 장기가 손상된 환자에게 이식됐을 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이 연구는 향후 이종(異種) 장기이식을 실현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면역거부반응 인자가 없는 미니돼지 탄생은 2002년 미국에 이어 2번째다.

또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2005년 면역거부반응 인자가 제거된 미니돼지 심장을 배분원숭이에 이식, 6개월간 생존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장기가 손상돼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장기 이식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장기 공여자가 부족하고 공여자와 수용자의 유전적, 면역학적 불일치에 따른 거부반응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체중이 비슷한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를 해 왔다.

그러나 돼지 장기 표면에는 사람에겐 없는 '알파 1, 3 갈락토스(α 1,3-galactose: 알파갈)'라는 항원 단백질이 있어 이식 후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으로 장기가 수분~수시간 안에 괴사하고 만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균 미니돼지의 체세포(간엽줄기세포)를 채취, 유전자를 조작해 알파갈 전이효소의 유전자 두 개 중 하나를 제거하고 이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돼지 난자에 주입해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 돼지에 이식했다.

이를 통해 태어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는 유전자 검사결과 난자에 주입된 체세포처럼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하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미니돼지에는 '지노(Xeno)'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임교빈 교수는 "앞으로 암컷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만들어 이번에 태어난 수컷과 교배하면 알파갈 전이효소 유전자 2개가 모두 파괴돼 알파갈이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니돼지 장기 이식에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 외에도 다른 거부반응,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나 특이물질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 등 해결 과제가 많아 이종 장기이식 상용화는 2017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 연구는 국내에서 이종 장기 이식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2011년까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도세포와 심장판막을 미니돼지에서 추출해 원숭이에 이식하는 전임상실험을 한 뒤 2012년부터 사람에 대한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에는 인간 락토페린 생산 젖소 '보람이' 탄생 등으로 동물생명공학 발전에 기여한 생명연 이경광(58) 박사가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체세포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성공 한 달을 앞두고 3월 1일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