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의 꽃으로 떠올랐던 동영상 UCC(손수제작물) 업계가 급속히 시들고 있다.

수익모델이 불확실한데도 우후죽순격으로 뛰어들었다가 거품이 빠지는 현상이 또 한 번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동영상 UCC(손수제작물) 업계 2위이자 100만명의 이용자를 가진 엠엔캐스트는 22일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 지난달 말부터 파산 절차에 돌입한 엠엔캐스트는 "높은 서비스 유지 비용과 광고 수입 의존도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퇴장 이유를 밝혔다.

판도라TV와 프리챌은 엠엔캐스트에 있던 동영상 이전을 받고 있으며, 엠엔캐스트의 모기업인 소리바다는 음악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되돌아간다는 방침이다.

◇광고 '천수답' 고비용 산업

업계에서는 엠엔캐스트 외에도 추가 퇴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선과 서버 비용에 더해 이용자가 늘수록 커지는 네트워크 비용이 막대한데, 경기 침체로 광고 수주는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엠엔캐스트도 네트워크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여개에 달할 정도로 동영상 업체들이 난립한 것도 광고 단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업계 1위인 판도라TV 정도만 올해부터 매출이 비용을 앞서기 시작했을 뿐 대부분 동영상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판도라TV 조차도 지난해 발생한 네트워크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순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오는 5~6월께면 순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곳만 살아남을 것"

동영상 업계 관계자는 "광고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데 경기 침체로 광고 수주가 예전의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면서 "다른 수익원이 있거나 검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튜브 같은 곳 외에는 사업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초 IT 버블이 일었을 때 너도나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정리된 것처럼 동영상 UCC 업계도 2004년 붐을 일으켰다가 올해 일정부분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유튜브를 포함해 2강 내지는 3강 정도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 방해만 말았으면"

상황이 이런 만큼 업계는 광고 외 수익모델 다변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판도라TV는 영화배급사나 콘텐츠 공급자들이 판도라TV 내에서 독립 채널을 확보해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오픈마켓 '브랜드채널'을 곧 선보일 예정이며, 엠군은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를 유료 중계했고 웹 하드 서비스인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갈길 바쁜 동영상 업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본인확인제와 저작권 보호 관련 모니터링 강화 등 정부 규제책이다. 유튜브처럼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도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가 걸림돌이며, 불법 저작물 게시로 인한 철퇴를 피하기 위해서는 모니터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좀 더 사용하기 편한 곳으로 옮기는 게 네티즌의 특성인데, 정부가 너무 규제 위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정부의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유튜브는 오히려 굉장한 홍보 효과를 얻게 됐다. 도와주는 것을 기대하진 않고 방해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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