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한국 유튜브의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7일 "구글코리아가 한국 유튜브의 게시판 기능을 중단했으나 국가 설정을 한국 외의 다른 나라로 바꾸면 기존대로 게시판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한 법률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구글코리아의 이번 조치가 실정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판단,불법성 여부를 따져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실무자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국이 아닌 구글의 해외지사나 본사에서 운영하는 서버에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릴 경우 한국의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구글의 위법 사실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정보통신망법에는 하루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이 게시물을 올릴 때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인터넷 사업자에게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처럼 한국 유튜브가 아닌 다른 구글의 해외 유튜브 사이트를 경유하면 본인확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구글코리아는 정부의 강경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은 익명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가 다른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소통의 장인 유튜브에서 본인확인을 할 경우 이 같은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붐비는 지하철 안에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승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뒤 차를 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가 국내 인터넷업체들을 역차별하는 규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대한민국 네티즌 망명지'(exilekorea.net)라는 사이트까지 운영되고 있다"며 "자칫 국내 네티즌들이 대거 구글 같은 해외 포털로 빠져나가 토종 포털들이 본의 아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