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댓글이나 게시글을 상업적으로 활용해온 일부 포털의 관행에 철퇴가 내려졌다. 불법 게시물로 인해 빚어진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포털 사업자가 져야 한다는 판례를 대법원이 확정했기 때문이다.

16일 확정된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에 덧붙은 비방 댓글을 방치해 김모씨가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당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포털들은 김씨의 개인정보가 여과없이 댓글 등을 통해 노출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를 계기로 포털의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법원의 판례는 포털이 적극적으로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행위를 막을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털이 비록 직접적인 취재 기능은 없지만 막강한 편집권을 행사하는 만큼 신문 ·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로 봐야 한다는 첫 판례를 남겼다는 점도 주목된다.

법원이 "취재 인력이 없으므로 언론매체가 아니다"는 포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털은 언론사들로부터 공급받은 기사들을 정치 · 사회 · 연예 등 분야별로 분류하고 나름의 취사선택을 통해 중요도에 따라 배치하는 편집권과 강한 전파력을 가진 언론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이버 모욕죄,포털의 게시물 모니터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망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포털이 사전 검열을 강화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는 명예훼손을 당한 경우 포털 사업자에 해당 게시물의 임시조치(삭제)를 요청하면 이에 따르도록 하고 있지만,이번 판례는 한발 더 나아가 포털 사업자에 사전 조치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포털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