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을 둘러싼 전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인 애플과 구글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가자 기존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버전을 내놓으며 대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MS는 지난 19일 새로운 버전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8(IE8)'을 전 세계에 동시 출시했다. 경쟁사들의 오픈소스 기반 웹브라우저를 제압하기 위한 출사표였다. 최근 애플이 웹브라우징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 차기 웹브라우저 '사파리 4' 베타버전(소프트웨어 등을 정식으로 출시하기에 앞서 일반인에게 테스트용으로 배포하는 판)을 공개한 데 이어 모질라재단도 브라우저 엔진을 개선한 차기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3.1' 베타버전을 내놨다.

지난해 '크롬'을 출시,MS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던 구글도 '크롬 2.0' 베타 버전을 내놓으며 웹브라우저 시장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IE8…보다 빠르고 다양한 기능 추가

MS가 이번에 출시한 IE8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위기 국면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왔던 MS의 아성이 최근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넷애플리케이션스에 따르면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은 2년 전만 해도 80%를 넘었으나 지난해 74%로 떨어졌다가 지난달엔 67.4%로 급락했다. 반면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20%대를 돌파했고 지난 2월엔 22%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애플의 '사파리'도 최근 윈도 버전을 출시하면서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이상 오른 8%를 기록 중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의 제왕 구글이 지난해 9월 출시한 크롬도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1%를 돌파했다. MS가 차기 웹브라우저로 내놓은 IE8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MS는 IE8에서 그동안 불편하다고 지목되던 IE의 단점들을 개선했다. 그동안 IE는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고 프로그램 간 충돌이 잦은 것은 물론 보안 결함으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때문에 컴퓨터를 살 때 깔려있는 윈도에 기본적으로 IE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성능 개선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IE8에서는 이 같은 결점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브라우징 속도가 빨라졌고 프로그램 간 충돌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단점도 있다. 열 개 이상의 탭을 동시에 열어 두면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윈도에서만 사용가능하다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사파리 4 베타…스타일과 스피드로 승부한다

애플의 사파리 4는 무엇보다 스타일이 다른 브라우저를 앞선다. 사용자들이 과거 열어봤던 웹페이지를 저장해 두는 '웹 히스토리'는 열어본 페이지의 스크린 샷을 보고 다시 찾아가기 쉽도록 했다. 사파리의 최고 장점은 스피드다. 빠르기로 치자면 구글의 크롬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특히 애플의 맥 컴퓨터에서 가장 빠르게 구동된다.

사파리는 크롬처럼 탭바를 없애고 메뉴바에 열어 놓은 탭을 모아놨다. 이는 PC 화면 공간을 남겨둬 많은 문서를 열어볼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원하는 작업으로 이동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웹페이지 주소를 넣는 주소창에 검색 기능이 없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다른 웹브라우저는 주소창에 찾고자 하는 사이트의 연관 단어만 입력해도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쉽게 찾도록 해주는데 사파리에는 이 기능이 없다.

◆파워유저에게 편리한 크롬 2.0 베타

구글이 선보인 크롬은 프로그램 디자인 철학의 승리로 불린다. 크롬은 하루종일 인터넷을 이용하며 수많은 사이트를 열어놓고 사용하는 파워유저들을 위해 설계됐다. 사용자들이 수십 개의 탭을 열어두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더라도 웬만해서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

크롬은 보안 측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한 보안 컨퍼런스에서 해커들은 사파리 파이어폭스 IE 등 다른 주요 웹브라우저의 보안망을 뚫었으나 크롬은 흠집도 내지 못했다.

주소 입력창 활용도 꽤 유용하다. 구글의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검색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new york times'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구글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굳이 구글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쉽게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다.

크롬도 단점이 없지 않다. 아직까지는 윈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의 맥 컴퓨터에서는 크롬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남아있다.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불편하다.

◆파이어폭스 3.1 베타…추가 프로그램 자유자재

파이어폭스는 추가 프로그램 설치에 있어 다른 웹브라우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 기존의 프로그램 외에 제3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설치해 나만의 특화된 웹브라우저를 쓸 수 있다. 웹 2.0 시대에 걸맞게 사용자 중심의 이용 환경을 최대한 구사했다는 평가다.

또 파이어폭스를 사용할 때 컴퓨터의 메모리를 많이 쓰게 된다거나 하루종일 인터넷을 사용할 때 속도가 느려지는 등 기존 버전에서 지적되던 단점들을 크게 보완했다. 파이어폭스 3.1은 이전 버전에 비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웹브라우저 전쟁은 해당 업체들 입장에서는 생존을 가르는 것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경쟁 과정에서 더 편리하고 유익한 기능들이 속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런 새로운 기능을 활용해 보다 편리하게 인터넷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웹브라우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MS의 IE가 독식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인터넷 사용 환경이 빠르게 개선돼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