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대 투수들이 등장하는 WBC 야구 경기''창과 방패를 든 군사들이 벌이는 영화 속 대규모 전투 신'….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와 LCD(액정표시장치) TV 중 어떤 제품이 이처럼 장면이 신속하게 바뀌는 영상물을 보기에 더 적합할까. 정답은 PDP다.

비밀은 초당 전송하는 화면의 개수에 있다. PDP는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는 기체에 전압을 가하면 빛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순간적인 전압에 의해 빛을 내기 때문에 초당 600장가량의 정지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형광등이나 LED 등을 인위적으로 점멸시키는 방법을 쓰는 LCD 제품이 초당 120장 정도의 화면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5배가량 차이가 난다.

불을 꺼놓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같은 이유 때문에 PDP를 선택한다. PDP는 어두운 곳에서 TV를 볼 때 나타나는 움직이는 피사체의 잔상 문제 측면에서 LCD보다 우위에 있다. 보조 광원을 이용하지 않아 눈의 피로감이 적다는 것도 PDP의 강점으로 꼽힌다.

얇은 두께,화질의 선명함,적은 전력 소모 등 LCD TV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50인치 이상 시장에서는 여전히 PDP TV가 잘 팔린다. 화질에 예민한 대형 TV 소비자 중 상당수가 PDP를 선택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층 더 심해졌다. 40인치대 제품은 LCD와 PDP 제품 가격 차이가 거의 없지만 50인치가 넘어가면 PDP의 가격이 LCD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해진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2009년 1분기 자료에서 지난해 421만대를 기록했던 50인치 이상 대형 PDP TV의 수요가 2012년까지 642만대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행태를 감안해 잇따라 PDP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화에 최적화된 화질을 구현한 파브 PDP450(사진)을 내놓았다. 영화 모드를 선택하면 화면의 밝기와 색을 극장과 엇비슷하게 맞춰 준다. 햇볕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TV를 볼 때 화면에 빛이 반사되는 현상을 막는 '뉴 울트라 데이라이트 기술'이 적용돼 있다. 초당 구현할 수 있는 정지 화면의 숫자는 600장이다. 삼성전자에 PDP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PDP 패널들은 얇은 두께,저전력 소모 등 LCD의 장점을 대부분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지난 1월 출시한 보보스 PDP TV(42 · 50PQ60D)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1만3000대가 팔려 나가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1만3000대 중 7000대 이상이 50인치 제품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207만 화소의 영상으로 기존 HD급(104만 화소) 대비 두 배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는 50인치 신제품(50PS60FD)을 추가로 내놓고 PDP TV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제품에는 주변 조명 변화를 감지해 TV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소비 전력을 최대 60%까지 줄여 주는 '아이 케어 센서'가 장착돼 있다. 영화,스포츠,게임 등으로 모드를 세분화해 각각에 가장 어울리는 화질과 음질을 제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거실 인테리어로 손색 없는 디자인과 빠르고 편안한 영상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