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산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광고가 화제입니다. 지난주부터 텔레비전을 통해 '랩톱 헌터스(Laptop Hunters)'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요,라이벌인 애플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애플 맥(Mac) 컴퓨터는 너무 비싸다,그 돈이면 윈도 기반의 PC를 두세 대 살 수 있다…,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애플의 강점이자 약점인 고가전략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광고입니다.

아시다시피 MS는 PC 메이커가 아닙니다. PC 시장에서는 HP 델 에이서 레노버 도시바 등이 경쟁하고 있죠.그런데 왜 MS는 이런 광고를 내보낼까요. 애플 맥 컴퓨터가 살아나면 운영시스템(OS)으로 MS 윈도를 장착한 일반 PC 점유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MS와 애플은 지난해 "I'm a Mac"이니 "I'm a PC"니 하며 티격태격 광고 싸움을 벌였던 것이죠.

지난해 미국 PC시장에서는 "넷북 아니면 맥북(netbook or Macbook)"이란 말이 나돌았습니다. 노트북 시장이 양분됐다는 걸 표현한 말입니다. 넷북은 작고 저렴한 미니 노트북이고,맥북은 비싸기로 유명한 애플의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입니다. 그러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값싼 넷북을 찾거나 아예 엄청나게 비싼 맥북을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상황 판단을 잘못해 뒤늦게 넷북을 발매한 델은 3위 에이서한테 바짝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요. 델은 넷북을 내고 프리미엄 브랜드 '아다모'를 선보이는 등 제품군을 넓히느라 법석을 떨었습니다. 반면 애플은 맥북을 초고가에 팔면서도 매출을 대폭 늘렸습니다. 맥북은 대학가에서는 점유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맥북을 사용하면 '쿨(cool)'하다는 인상마저 풍기게 됐죠.

지난 수년간 애플은 승승장구했습니다. 아이팟과 아이튠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음악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뒤이어 아이폰으로 휴대폰시장까지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잊혀져 가던 맥 PC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MS는 야심적으로 내놓은 윈도비스타가 비틀거리면서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인기만 놓고 보면 맥이 윈도를 압도하는 형국이었습니다.

MS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I'm a PC" 광고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맥북 인기는 꺾일 줄 몰랐죠.그런데 불황으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북을 3000달러나 주고 사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맥(Mac) PC 판매대수는 1년 전에 비해 16.7%나 급감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MS가 새 '안티 맥' 광고를 내놓았습니다.

광고에서는 로렌이라는 젊은 여자가 1000달러를 밑도는 17인치 노트북을 사려고 합니다. 먼저 애플 매장에 갔다가 최저가격이 2799달러인 것을 보고 그냥 나옵니다. "나는 맥 사람이 될 정도로 쿨(cool)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며 차를 몰고 다른 매장으로 갑니다. 이곳에는 1000달러 미만의 17인치 노트북이 많이 있습니다. 윈도 PC입니다. 결국 699달러짜리 HP '파빌리온 dv7'을 선택합니다.

원래 비교광고는 주목을 받긴 하지만 위험하기도 합니다. 애플의 고가전략을 정면으로 공격한 '랩톱 헌터스'도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맥 PC가 비싸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맥 PC는 비싸다"고 떠들면 자칫 프리미엄 이미지만 굳어질 수 있습니다. MS는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컨셉트의 '안티 애플'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MS의 비교광고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