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씨는 최근 휴대폰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한 · 일전 중계를 시청하다가 깜짝 놀랐다. 모 이동통신업체의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한 시간 정도 시청했다가 무려 12만원의 데이터요금을 청구받은 것이다. 전송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이 청구되는 사실을 몰랐던 그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휴대폰으로 야구 중계를 봤다가 몇 만원씩 요금을 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싼 휴대폰 데이터 요금이 어떻게 부과되는지 홍보가 잘 안돼 무심코 이용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휴대폰 데이터 이용요금을 종량제와 정액제로 나눠 매기고 있다. 현재 콘텐츠 종량제는 3메가바이트(MB)짜리 노래 한 곡에 5000원가량,TV 중계방송 5분 시청에 1만원 정도다.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무선인터넷 메뉴를 돌아다닐 때도 데이터 요금이 추가된다.

이통사들은 데이터요금 부담을 줄이는 해법으로 정액제를 권유하고 있지만 실시간 중계 감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월 1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10만원어치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정액제에 가입한 정모씨는 20분 정도 중계를 보고 있는데 데이터 무료통화가 50% 소진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정씨는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5만원을 낼 뻔 했다"며 "미리 알았다면 절대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요금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면 무선인터넷 활성화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고객들이 무선인터넷 요금을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예상 부과금액을 알려주는 등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18일 열린 한 · 일전 실시간 중계 이용자가 1만5220명으로 9일 경기(7580명)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KTF도 한 · 일전 야구중계 서비스 접속 건수가 1만건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를 보기 위해 접속한 평균 건수가 1000여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