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소니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발표하면서 "PS3는 게임기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셀'이라는 3.2기가바이트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PS3'는 당시 웬만한 노트북PC를 능가하는 고성능에 고화질을 자랑했다. 소니는 'PS3'가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거실의 네트워크센터가 되길 기대했다.

한 달 뒤 닌텐도는 'PS3'의 경쟁기종인 '위(Wii)'를 내놓았다. 'PS3'에 비해선 성능이나 화질이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가정용 게임기를 표방한 '위'는 철저하게 '즐거운 게임'에 집중했다.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1~2시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자동차 경주나 볼링 테니스 등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년여 뒤인 2007년 말.일본 내 가정용 게임기 시장점유율은 '위' 63% 대 'PS3' 20%였다. 닌텐도 '위'의 압승이었다. 이런 승패는 2004년 말 나왔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점유율 65%)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 35%)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그 결과 소니는 2008회계연도 상반기(4~9월) 게임부문에서만 340억엔(약 51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면 닌텐도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불황 속에서 표정 관리하기에 바쁘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겨냥한 시장 자체가 달랐다는 점이다. 소니가 게임 마니아들의 수요를 좇아 고성능 고화질에 집착한 데 비해 닌텐도는 기존 고객이 아닌 주부나 중장년층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는 얘기다. 실제 'PS3'의 경우 마니아용으로 일반인들은 조작조차 쉽지 않은 반면 '위'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볼링 게임을 즐길 정도로 쉬운 게임기다.

이런 차이는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PS3'의 경우 고성능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때문에 소니가 게임소프트웨어 회사에 판 '개발 툴(tool)'이라고 불리는 게임 제작용 소프트웨어도 닌텐도 '위'에 비해 두 배나 비싸고 다루기도 어려웠다. 판매 초기부터 게임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개발 우선순위를 'PS3'보다는 '위'에 둔 건 당연했다. 게임기 하드웨어를 적정가격에 보급해 게임소프트웨어가 팔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뒤 하드웨어 판매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수입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임기의 '성공 방정식'에서도 소니는 실패한 셈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닌텐도 역사

▷1889년-야마우치가(家)가 화투 제조
▷1949년-야마우치 히로시 사장 취임
▷1962년-회사 주식 공개
▷1963년-'닌텐도'로 회사명 변경
▷1981년-비디오 게임 '동키 콩'발매
▷1983년-패밀리컴퓨터 발매
▷1989년-게임보이 발매
▷2000년-하청업체 사장이던 이와타 사토루 영입
▷2002년-이와타 사장 취임
▷2004년-닌텐도DS 시판
▷2006년-위(Wii) 시판
▷2007년-위핏(Wii Fit) 시판
▷2009년 3월-닌텐도DS 1억개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