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LG텔레콤으로의 이동전화 가입자 이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G텔레콤이 보조금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이며, 마케팅 경쟁보다 수익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온 그간의 전략에 비춰 이례적인 것이다. 향후 KT-KTF 합병, 외국산 휴대폰 도입 등 업계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LG텔레콤의 일평균 번호이동 신규 가입자(MNP)는 전월 대비 26%나 증가했다. 반면 SK텔레콤과 KTF의 경우 각각 8%, 3% 상승에 그쳤다.

이 기간 중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해지 고객을 감안한 MNP 순증을 보면 LG텔레콤은 9155명 늘었으나, SK텔레콤과 KTF는 4214명, 4941명 줄어들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무차별적 경쟁 상황에서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이 늘어난 것은 보조금의 확대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LG텔레콤은 요금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늘리면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이 이런 움직임은 최근 이동통신 업계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KT와 KTF 합병이 추진되면서 SK텔레콤이 최근 일부 유통망에서 가입비까지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4월 위피 탑재 의무화 폐지로 애플의 아이폰 등 외국산 휴대폰이 속속 들어올 태세다. LG텔레콤은 기술적 방식이 달라 외국산 휴대폰 판매가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으로서는 KT 견제에 동참하는 동시에 외국산 휴대폰 수요를 조금이라도 미리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번호이동 가입은 대부분 2년 가량 의무약정제 조건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TF가 '쇼'를 론칭하기 전에 SK텔레콤이 미리 마케팅에 나서 가입자들을 흡수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며 "하지만 업계 전체의 출혈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질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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