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가 불황기 최고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통신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인터넷전화를 쓰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250만명을 넘어섰다. 열 집에 한 집꼴로 인터넷전화를 쓰는 셈이다. 인기 비결은 일반전화와 통화 품질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SMS),영상통화,생활정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집전화 시장의 최강자인 KT까지 이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통신요금 절감의 일등공신

인터넷전화는 집에 깔린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해 음성이나 문자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기존 전용 전화(휴대폰 · 집전화)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다. 먼저 기본료가 2000원으로 일반 집전화(5200원)보다 60% 이상 싸다. 인터넷전화는 시외 · 국제전화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발휘한다. 시내전화 요금은 일반 집전화와 비슷하지만 시외전화 요금은 80% 이상 저렴하다.

인터넷전화는 시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전국 단일요금제를 적용한다. 일반 집전화는 30㎞를 초과하는 시외지역에 전화를 걸면 10초에 14.5원을 받는다. 3분 동안 시외전화를 한다면 261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반면 인터넷 전화는 3분에 38~39원만 내면 된다. 국제전화요금도 인터넷전화는 미국을 기준으로 1분당 50원에 불과해 기존 대비 80% 이상 저렴하다. 휴대폰으로 거는 요금도 10초당 11.7~13.0원으로 일반전화보다 20% 이상 싸다. 인터넷전화는 가입자 간 무료통화라는 무기도 갖췄다. 둘 다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써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특정 가입자와 잦은 통화를 하는 경우 강력한 서비스다.



◆시외 · 국제전화 많다면 인터넷전화가 딱

그렇다면 인터넷전화가 모든 가정에서 통신요금을 줄여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통화 패턴에 따라 절감액은 천차만별이다. 먼저 시내전화 요금은 일반 집전화 요금과 비슷하다. LG데이콤,SK브로드밴드,케이블TV업체가 3분당 38원이고 KT는 집전화와 같은 3분당 39원을 받는다. 시내전화를 주로 쓴다면 인터넷전화가 기본료 말고는 큰 매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외 · 국제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외 · 국제통화료는 인터넷전화가 5배 이상 싸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자주 하거나 국제전화를 많이 하는 경우 인터넷 전화만한 게 없다.

휴대폰에 전화를 많이 거는 경우에도 인터넷전화가 요금을 크게 낮춰준다. LG데이콤 등이 내놓은 '이동전화 요금할인제'에 가입하면 기본료는 한 달에 4000원으로 올라가지만 휴대폰에 거는 요금이 10초당 7.25원으로 40%가량 할인된다.

무선인터넷(WiFi) 방식의 인터넷 전화기는 밖에 가지고 나가서도 쓸 수 있다. 대학 캠퍼스나 커피전문점 등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에서는 통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외국에 인터넷전화기를 갖고 나가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통신사들은 해당 국가 통신사와의 마찰을 우려해 해외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지만 해외 교포나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가입한 뒤 전화기만 들고 나가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전화 가입 요령은

인터넷전화는 작년까지만 해도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 때문에 불편이 컸다. 스팸전화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번호이동제가 실시되면서 기존 집전화 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전화에 가입하기 전에 먼저 현재 번호를 그대로 쓸지 070 번호로 가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070 번호로 새로 가입하면 신청 후 하루 정도면 개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번호이동을 할 경우 본인확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해 통상 3~5일이 걸린다. 특히 070 번호로 가입하면 같은 통신사의 070 가입자끼리 무료통화가 되지만 번호이동을 하면 이런 혜택이 없다.

인터넷전화 단말기를 고를 때도 유의해야 한다. 가격이 10만원 안팎으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상통화가 지원되는 전화기는 20만원을 넘는다. 따라서 약정기간에 따라 전화기를 무료로 주거나 임대해 주는 통신사 이벤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KT는 3월 말까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이 인터넷전화를 3년 약정으로 추가 가입하면 설치비와 월 기본료를 면제하고 10만원 상당의 인터넷전화기도 공짜로 준다. 전화기 가격이 부담되면 기존 집전화기에 전용모뎀만 달아 인터넷전화를 쓸 수도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