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업체 간 위기극복법 뚜렷한 대비

성장 가도를 달리던 세계 휴대전화 제조업계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불황의 암운이 짙어지면서 업계 1위인 노키아를 비롯해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것.
반면 '글로벌 톱5' 중 유일하게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감원 없이 불황의 늪을 헤쳐나가기로 해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해외업체들 '집으로' =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휴대전화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핀란드 살로(Salo)에 있는 휴대전화 공장의 생산량을 축소키로 했다.

이를 위해 노키아는 살로 공장의 직원 2천500명을 대상으로 20-30%씩 순환 휴직을 시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첨단 모델을 생산하는 살로 공장은 노키아가 1998년 글로벌 '넘버 원'으로 등극할 당시에 토대가 됐던 핵심 휴대전화 공장. 지난해 독일 보쿰 공장이 폐쇄된 이후로는 서유럽에 남은 노키아의 마지막 공장이기도 하다.

노키아는 또 직원 수 320명의 핀란드 이베스킬레(Jyvaskyla) 소재 연구개발(R&D)센터를 폐쇄하는 한편 다른 곳에서도 9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사업부의 연간 비용을 7억 유로 이상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운 데 이어 다른 사업부와 사업 활동에서도 운영비를 줄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모토로라의 인력 구조조정은 더욱 가혹하다.

지난해 10월 3천 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던 모토로라는 1월 중순부터 4천 명 추가 감축에 들어갔다.

감원 후 모토로라의 인력은 2007년에 비해 1만 6천 명이나 줄어들게 된다.

모토로라는 굳게 지켜온 미국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작년 3분기부터 삼성전자에 넘겨주는 등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휴대전화 판매 감소로 고전하는 소니에릭슨은 세계적으로 2천 명 규모의 감원을 포함해 연간 3억 유로의 비용 절감 목표를 세웠다.

또 소비자 지출 감소에 따른 판매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의 5%를 감원하고 최대 6개의 공장을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LG '현장으로' = 해외 경쟁업체들이 가장 손쉬운 비용절감 방안인 감원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감원을 비롯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신 두 회사는 인력 재배치를 통한 현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휴대전화, PC, TV 등 제품 부문을 하나로 묶어 DMC 부문을 출범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본사 지원 부서의 인력 대부분을 현장 사업부로 전진배치했다.

이 같은 지원 조직 통폐합은 효율성 추구와 동시에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1억대 판매 고지를 점령한 LG전자도 감원 대신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LG전자는 특히 해외 마케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전문가 그룹인 '지역사업리더(RBL)' 조직을 구축하고 유럽과 중국, 아시아 등 현지에 임원급과 실무자를 배치했다.

현지 고객의 정서는 현지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빠르고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세가 지난해 주춤한 데 이어 올해는 역(逆)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업체들마다 비용절감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국내와 해외업체 간 서로 다른 위기대응 전략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