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필수 부품인 복합 반도체 칩(Multichip Package · MCP)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MCP에 대한 관세를 놓고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관세당국과 총 3000억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항소심 법원의 첫 판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유승정)는 12일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계열이 "관세율이 0%로 분류돼야 하는 MCP에 8%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관세 38억여원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품목 분류상 기타 전기기기는 고유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부착된 기기의 작동 · 조작과는 별개의 부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을 의미한다"며 "그런데 MCP라는 저장 장치가 없다면 휴대폰은 통신 프로토콜을 저장할 수 없어 전화 통화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필수적인 부품이므로 기타 전기기기로 분류할 수 없다"고 밝혔다.

MCP는 플래시 메모리와 에스램(SRAM)을 하나의 패키지에 묶은 부품으로 휴대폰,카메라,MP3플레이어 등에 사용되는 저장 장치다. 팬택계열은 2002년 5월께부터 2004년 3월까지 MCP를 수입 신고하면서 이를 관세율표 상의 품목 번호 '집적회로'(HSK 8542,관세율 0%)로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세관은 이후 MCP에 대한 품목 분류를 명확히하면서 MCP를 '기타 전기기기'(HS 8543,관세율 8%)로 분류해 2004년 6월께 팬택계열에 관세 및 신고 불성실 가산세 38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팬택은 "MCP는 전 세계적으로 0%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관세 당국은 2004년 5월 MCP의 분류를 관세율 0%의 집적 회로가 아닌 관세율 8%의 기타 전기기기로 분류하면서 팬택계열과 함께 삼성전자에 1500억여원,도시바에 420억여원,LG전자에 225억여원 등 140여개 MCP 수입업체에 총 3000억여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삼성 등이 제기한 소송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