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997년 미국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LG전자도 미국 시장에서 선전,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팔린 휴대폰 10대 가운데 4대 이상이 한국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도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을 처음으로 눌렀다. 9일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2%로 모토로라를 꺾고 '넘버 1' 자리에 올랐다. 삼성의 점유율은 2007년(18.1%)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 1위에 오른 뒤 4분기에도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0.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모토로라(21.6%)와의 격차를 0.9%포인트로 좁혔다. LG전자는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지난해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폰 3위 업체로 떠올랐다.

반면 미국 시장 부동의 1위였던 모토로라는 점유율이 1년 만에 11.8%포인트나 급락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토로라는 최근 영업 부진과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이 맞물리면서 대대적 감원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며 "휴대폰 사업의 존립조차 불투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과 노키아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9.0%와 8.5%의 점유율로 4,5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뿐 아니라 노키아도 북미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한국산 휴대폰이 점유율 절반을 넘길 날도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도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을 처음으로 누르는 성과를 냈다. 시장조사 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수량 기준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26.1%) 소니(14.5%) 도시바(7.5%) 파나소닉(7.2%) LG전자(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한국과 일본 업체의 수량 기준 점유율은 32.7% 대 29.2%로 한국 업계가 일본 업계를 앞섰다. 2007년에는 일본 업계가 점유율 27.2%로 한국 업계(24.6%)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금액 기준 점유율에서도 지난해 한국 업계는 39.6% 대 35.4%로 우세를 점했다. 2007년만 해도 일본 업계(37.4%)는 한국 업계(29.3%)에 크게 앞서 있었지만 1년 만에 판세가 역전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성능과 디자인을 내세운 제품들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선두 자리를 확실히 다졌고,LG전자 역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높였다"며 "다양한 모델 출시와 함께 진행한 지속적인 마케팅 등이 실효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