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받은 영화 TV로 보려고 하는데 컴퓨터에 연결 좀 해줘.""회사에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문서 출력해야 하는데 어떻게 연결해야 돼?"

앞으로 가정에서 이 같은 대화를 듣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키보드,마우스,이어폰 등 소형 IT 기기에 제한적으로 쓰였던 무선 기술의 범위가 TV 프린터 등 대형 기기로 확대되면서 기기 간 연결이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무선랜 등을 탑재한 제품을 구매하면 영상 음향 등의 데이터를 별도의 연결선 없이 10m 이내 거리에 있는 다른 기기로 전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 등을 이용해 가정 내 전자제품을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며 "지금은 일부 고급 사양 제품에만 무선통신 기술이 장착돼 있지만 3~4년 후에는 전력 공급선을 제외한 모든 연결선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선 프린터 전성시대


최근 나온 프린터 중에는 PC와 연결하는 데이터 전송선이 없는 제품이 많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프린터를 사용할 때마다 전송선을 다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이 프린터 메이커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려면 3만~5만원대의 무선랜 공유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연결 문제가 해결되면서 프린터의 배치가 자유로워졌다. 무선 프린터는 대개 책상 아래 잘 안보이는 곳에 설치한다. 연결 문제 때문에 덩치 큰 프린터를 책상 위에 둬야 했던 문제점이 해결된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삼성전자의 '무선 레이'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컬러 레이저 프린터(CLP-315WK)와 컬러 레이저 복합기(CLX-3175WK) 등 선 없이 작동하는 프린터 2종을 출시했다. 무선랜 공유기를 사용하면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프린트,스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흑백 프린트물은 분당 16장,컬러는 분당 4장을 인쇄할 수 있다. 프린팅 소음도 일반 대화(50dBA)보다 낮은 45dBA 수준이다.

HP도 '포토 스마트' 시리즈 등 10여종의 무선 프린터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엡손의 스타일러스 오피스 TX600FW,캐논의 픽스마 MP628 등도 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스피커도 연결선 없이

운전을 하면서 통화를 할 수 있게 한 '핸즈프리 이어폰'에서 시작한 음향 데이터 무선 전송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TV나 오디오에 연결하는 스피커도 선 없이 작동한다. 전송 과정에서 음질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한 전자업체들이 무선 스피커의 종류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08'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YA-SBR510으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스피커 3개로 5.1채널 음장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홈시어터 스피커 중에도 선 없이 작동하는 제품이 많다. 홈시어터에는 보통 전면 3개,후면 2개 등 5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데 이 중 후면에 장착하는 스피커에 무선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많다. 후면 스피커를 무선으로 바꾸면 벽을 따라 스피커선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 스피커의 음질이 조금 더 향상되면 전면 스피커의 연결선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휴대폰 속 무선 기술



최근 출시된 휴대폰 중에도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많다. LG전자의 '프라다폰2'와 패키지로 팔리고 있는 손목시계 모양 휴대폰 액세서리 '프라다링크'가 대표적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시계 액정화면을 통해 문자 메시지,발신자 번호 표시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이 제품은 휴대폰과 별도로 판매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 3만여대의 프라다폰2가 팔렸다"며 "전체 구매자의 3분의 1이 프라다링크 때문에 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부착 방식의 키패드가 달려 있는 LG전자의 풀터치스크린폰 '베르사'에도 무선통신 기술이 적용돼 있다. 미국에 2월 중 첫 선을 보이는 이 제품은 '쿼티 자판(소형 키보드)'이 별도의 장치로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평소에는 터치 방식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다 이메일 전송 등 문서작업이 필요할 때만 자판을 연결하면 된다.

TV와 무선으로 연결하는 휴대폰도 개발됐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 출시한 '햅틱온'은 이 회사가 만든 TV와 무선으로 연결된다. 휴대폰으로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TV로 볼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