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한파속에 글로벌 IT(정보통신)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노키아 인텔 소니 등 전통의 강자들은 잇따라 충격적인 성적표를 내놨다. 휴대폰 업계에서 난공불락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억920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했다고 22일 밝혔다. 4분기 매출은 19% 감소한 127억유로로 집계됐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휴대폰 판매는 1억1310만대에 그쳐 전분기 대비 9.2%,전년 동기 대비 13.9% 줄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4분기 순익은 2억3400만달러(주당 4센트)에 머물렀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22억7000만달러(주당 38센트)보다 89.7%나 줄어든 것이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경기침체는 생애 최악의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5위인 독일의 키몬다는 실적악화로 23일 파산을 선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키몬다는 지난달 모회사 인피니온 등으로부터 3억2500만유로를 지원받았으나 실적악화로 결국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가전 황제'로 불리던 일본 소니는 14년 만에 연간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니는 오는 3월까지인 2008회계연도에 1500억엔(2조3000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고백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인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지난 2분기(2008년 10~12월) 순익이 41억7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47억1000만달러보다 줄었다며,1975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5000명을 감원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내놨다.

반면 애플과 구글 IBM 등은 선방하는 모습이다. 애플은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스마트폰 '아이폰' 등을 앞세워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2009회계연도 1분기(2008년 10~12월) 매출이 101억6000만달러,순이익이 16억1000만달러(주당 1.78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8%,1.9% 증가했다.

구글도 '인터넷 황제'의 자존심을 지켰다. 구글은 온라인광고 부문의 꾸준한 강세로 작년 4분기에 매출 57억달러,순이익 3억8200만달러(주당 1.21달러)를 기록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위기를 딛고 일어선 IBM 역시 지난 4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매출 270억달러,순익 44억3000만달러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불황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경기침체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리는 변곡점의 시기"라고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