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자 업계에 '슈퍼맨'이 등장했다. 슈퍼맨의 정체는 요즘 뜨고 있는 '넷북'이다. 너무 과한 침소봉대(針小棒大) 아니냔 지적을 할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여성용 지갑 크기에 불과한 넷북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활력을 되찾아가는 정보기술(IT) 시장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넷북이 뭐기에?

넷북은 초저가 미니 노트북이다. 슈퍼맨 대접을 받기엔 황공할 정도로 작다. 화면 크기가 8~10인치에 불과하다. 값도 50만원 안팎이다. 인터넷도 되고 간단한 문서작성도 할 수 있다.

일반 노트북은 화질이 HD(고화질)급으로 좋고 온갖 최신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겁고 배터리 용량이 적어 오래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단박에 보완한 틈새제품이 넷북이다.

태생을 보면 더욱 보잘 것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인텔이 저전력에 저렴한 CPU인 '아톰(ATOM)'을 기획한다. 지난해 3월 선보인 아톰은 기존 CPU보다 전력은 10분의 1을 쓰고 값은 4분의 1에 불과해 '넷북'의 탄생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텔의 기획 의도는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PC업체들이 속속 요모조모 쓸 데가 많은 넷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넷북 붐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넷북 시장은 약 500만대 규모.업체들은 올해 넷북이 본격적인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들썩들썩 외장하드

넷북 파워는 외장하드 업체들이 선(先) 체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넷북의 단점인 저장능력 때문이다. 넷북은 일반 노트북에 쓰이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쓴 것과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채용한 것으로 나뉜다. SSD를 탑재한 넷북은 최대 내장 용량이 64기가바이트(GB)를 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HDD를 쓴 제품의 사정도 마찬가지.정보 저장능력이 최대 160GB에 불과해 대용량의 고화질 동영상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옥에 티'였다.

외장하드 업체들은 이 점을 노렸다. 대용량에 크기를 대폭 줄인 외장하드가 넷북이 열어놓은 시장에 파고들 수 있는 틈새를 제공했던 것.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말 외장하드 신제품을 쏟아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07년 4400만대에 불과했던 외장하드 시장은 넷북 효과 등에 힘입어 2010년께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북과 외장하드 뭐가 좋을까

올해 국내 넷북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소니의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소니는 '바이오 P' 시리즈를 이달 초 내놨다. 8인치 화면에 버튼 하나만 눌러도 음악과 동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SSD를 탑재한 제품은 무게가 594?c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오는 2월 신제품 'NC20'을 내놓는다. 인텔의 아톰 대신 비아 나노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LG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넷북 X110'은 3GB 넷북으로도 불린다. 10인치 화면에 1.19㎏으로 가볍다.

요즘 나오는 외장하드는 담뱃갑 크기로 줄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S1 미니와 S2포터블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15% 작다. S1 미니는 120GB,S2 포터블은 최대 500GB까지 나와있다. 피아노 블랙,스노 화이트,와인 레드,초콜릿 브라운 등 4가지 색상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설정해 정보를 보호하는 기능도 갖춰져 있다.

LG전자의 외장하드는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두께는 35㎜이며 깔끔한 블랙 색상을 적용했다. 충격테스트 등 15가지 시험을 거쳐 제품의 신뢰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500GB,750GB,1테라바이트(TB) 등 3종으로 출시됐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