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KT-KTF 합병을 놓고 치열한 논쟁에 돌입했다.

SK텔레콤LG텔레콤이 21일 독점적 지배력 강화를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으며, KT는 계열사 간 구조 개편에 불과하며 산업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90%에 달하는 KT의 유선전화 경쟁력이 무선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 원천봉쇄되는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T와 KTF가 합치면 전체 통신시장 가입자의 51%, 매출액의 46%를 차지하는 거대 독점기업이 탄생해 경쟁이 실종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KT는 매출액이 아닌 이윤 창출 능력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7년 기준 KT와 KTF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1조8700억원이지만,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2조17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KT는 특히 유선시장 지배력이 계속 하락 중이므로, 열등재(유선)에서 우등재(무선)로 지배력이 옮겨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양가 간 '결혼'에 비유한다면, KT-KTF 합병은 이미 결혼한 상황에서의 '합가(合家)'에 불과하므로 새로운 지배력을 만들거나 추가하는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동전화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KT가 마케팅 비용 경쟁에 치중할 경우 연간 1조~2조원의 이동통신 사업자 투자 여력이 소진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현재 시장이야말로 SK텔레콤의 잉여이윤을 기반으로 한 소모적 마케팅 경쟁 구조"라며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경쟁 틀을 바꾸는게 합병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런가하면 LG텔레콤은 '합병이 불가피한 경우'라는 전제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와 시내 가입자망 분리,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이다.

이 중 시내망 분리에 대해 KT는 가입자망 분리시 설비투자 감소와 요금 인상 등 부작용만 발생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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