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3자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

KT와 KTF간 합병은 향후 국내 통신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유.무선 결합, 방송통신 융합 등 다양한 컨버전스 흐름으로 통신사업자간 경계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매머드 통신업체'의 출현은 새로운 경쟁환경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KT와 KTF가 합쳐진 '뉴KT'는 외형적으로도 단숨에 연 매출 20조원 안팎의 국내 최대 통신업체가 된다.

여기에다 KT가 보유한 유선시장에서의 막강한 지배력이 이동통신은 물론 IPTV, 인터넷전화 등 다양한 결합상품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단순결합 효과 이상의 '플러스 알파(α)'가 될 것이라는 게 KT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KT와 KTF 합병은 21일 방송통신위원회 인가신청을 시작으로 앞으로 3개월여의 심의를 거쳐 이르면 5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SK, LG그룹의 통신계열사들이 양사간 합병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합병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합병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사간 합병 과정에서 KT 경쟁력의 근간인 시내 가입자망(관로, 통신주 및 케이블)이 분리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SK텔레콤뿐 아니라 LG그룹과 MSO 등은 시내망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KT의 시내 가입자망이 필수설비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이에 따른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에서는 필수설비보유사업자에 대한 구조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특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도 "통신망을 갖고있는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횡포를 부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통신망을 공동 관리하면서 망에서 얻는 모든 서비스는 무한정 열어놓으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고 질이 향상돼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KT의 시내망은 향후 KT-KTF 합병을 둘러싼 최대 이슈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으며, 정부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할 때처럼 투자 의무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선 1위와 이동통신 2위를 합친 '뉴KT'는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십을 선점할 수 있어, 결국 이를 좌시하지 않으려는 경쟁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즉 향후 통신시장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SK, LG, KT그룹간 3자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IG투자증권 최용재 애널리스트도 "SKT-SK브로드밴드 합병은 청산소득세 문제로 2010년 상반기 이후로 예상된다"며 "시기의 문제이지만 궁극적으로 유무선업체의 통합으로 통신시장은 앞으로 거대 통신 3사의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