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신 공룡'으로 불리는 KT(26,100 -0.57%)가 이석채 사장 취임과 함께 15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도 유선전화 매출 급감과 신사업의 더딘 성장 등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혹자는 이를 '성숙기 시장에서 리더의 딜레마'로 표현하기도 한다.

KT는 2001년 11조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7년까지 줄곧 11조원대 매출에 머물렀으며, 지난해에도 대내외 여건을 봤을 때 12조원의 벽을 뚫지 못했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유선전화 시장 축소가 대세로 굳은 것은 오래됐지만, 최근에는 특히 인터넷전화(VoIP)가 급격히 시장을 침식해 들어오면서 예상보다 빨리 유선전화 매출이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제가 시행돼 KT 유선전화 가입자 이탈은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력사업의 쇠락이 급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신사업은 그동안 장기간 지연돼 이제 첫 발을 딛는 단계라는데 KT의 고민이 있다.

IPTV(인터넷TV)가 기대를 걸 수 있는 대표적 신사업이지만 황금알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 규모는 4조원 가량인데, IPTV가 30%를 가져오고 이 중 절반을 KT가 차지한다고 치더라도 6000억원에 불과하다. 획기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또 와이브로(휴대인터넷)는 불확실한 사업성으로 인해 정체돼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KT의 문제점을 꼽을 때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3만8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에서 비롯한 비용 문제다. KT의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는 연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1인당 매출을 따져보면 SK텔레콤이 28억원 수준이지만 KT는 3억원대에 불과하다. 같은 유선통신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1500명 가량 인원으로 2조원 매출을 거두는 것과 비교해봐도 KT는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몸집이 큰 셈이다.

지난해 KT의 영업이익률은 10% 내외로 SK텔레콤의 18%에 비해 절반 수준을 조금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KT가 비상경영의 주된 내용으로 비용 절감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같은 인력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될 수 없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물론 KTF와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조정 논의가 나오겠지만,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올해는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신사업에서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돼 지난해 3세대 이동통신 시장과 같은 출혈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KTF와의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인다. 유통 채널을 통합해 영업과 기술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선전화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이동통신 점유율 확대도 노려볼 만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T 입장에서는 KTF와의 합병이라도 하지 않으면 할 게 없다"면서 "그러나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영업력, 기술력을 감안하면 KT 뜻대로 매출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비투자와 마케팅비을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건비 부분을 손봐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며 "여러 모로 우려가 되는 KT"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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