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으로 인터넷 접속…컴퓨터ㆍTV 경계 무너져…뉴스ㆍ증권ㆍ날씨 정보까지
삼성, 美 영화사와 제휴 추진…LG, 온라인 DVD업체와 연계…콘텐츠 확보 전쟁 '스타트'


'리모컨 버튼을 눌러 최신 영화를 내려받아 보고, 드라마를 보다 오늘의 증권 정보를 검색해 보고….'TV가 라이프 스타일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현실-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거의 모든 오락 · 정보 · 소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09'에서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이 선보인 TV는 푹신한 소파와 팝콘 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바보상자가 아니었다. 똑똑한 말상대이자, 집 안팎을 살펴주는 든든한 가이드이면서 바깥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통로 역할을 맡는 새로운 '무엇인가'였다.

◆라이프 스타일 TV의 등장

스콧 라미레즈 도시바 미국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TV 신제품 '렉사(REGZA)'를 소개하면서 "모든 것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TV를 '라이프 스타일'로 정의했다. 그의 말은 이랬다. "TV는 앞으로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보내주는 TV 프로그램만 틀어주는 일차원적인 TV가 더 이상 아니다. 음악과 사진을 내려받고 인터넷을 이용해 쌍방향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삶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 아키오 오자카 도시바 미국법인 사장은 "TV는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관여해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주는 새로운 기기로 변신할 것"이라며 새로운 TV 시대를 예고했다.

◆무너진 경계…PC냐 TV냐

진화한 TV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TV업체들이 선보인 제품들은 하나같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돼 있었다. 업체마다 부르는 TV 이름과 명칭이 다를 뿐 하나같이 야후가 제공하는 날씨와 뉴스,증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장했다.

PC에서 가능했던 인터넷을 TV로 옮겨온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PC는 혼자 이용하지만 TV는 다르다. 가족들이 공유하는 기기다. TV를 통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어른 아이 구분없이 리모컨 조작으로 쉽고 간편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싶었다. " 박 사장의 말처럼 이번에 TV업체들이 내놓은 TV는 PC에서 가능한 기능을 모두 TV로 옮겨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PC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해졌다는 것이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마우스를 여러 번 클릭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뉴스와 증권 정보,영화를 내려받아 보기까지 리모컨 버튼 하나면 되도록 했다. 강신익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사장은 "TV는 꺼져 있을 때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켜져 있는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TV 사업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화상통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TV를 만들어내겠다"고 설명했다.

◆TV업계 진검승부는 '콘텐츠'

인터넷을 TV로 옮겨온 데에는 성공했지만 TV업체들에도 숙제는 남아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TV업체 가운데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전략 제품 '룩시아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오는 3월부터 미국 유럽 등에 출시한다. 야후가 제공하는 동영상과 전자상거래,스포츠 정보 등을 아이콘 형태(위젯)로 묶어 TV로 볼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별도로 '삼성갤러리'를 만들어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미국 영화사 등과 콘텐츠 제휴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가 내놓은 '브로드밴드 TV'는 야후가 제공하는 정보 외에도 미국 온라인 DVD 대여 업체인 넷플릭스와 연계해 보고싶은 영화를 TV로도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파나소닉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콘텐츠 TV를 선보였다. 소니는 25개 콘텐츠 채널을 자체 확보해 이번에 선보인 브라비아 신제품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도시바 역시 인터넷 TV인 렉사를 올해 내놓을 예정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