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L씨(45)는 최근 금융기능이 있는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칩을 내장한 3세대 휴대폰을 장만했다. 10여개 은행과 거래하는 L씨는 손지갑에 여러 개의 카드를 넣어다녀야 했으나 휴대폰으로 이체 입출금 등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서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현금카드처럼 쓸 수 있다. 지갑을 따로 갖고 다니지 않아도 휴대폰 하나로 신용카드 결제나 교통카드,각종 은행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 시대가 활짝 열렸다.

◆휴대폰,현금카드처럼 쓴다

3세대 휴대폰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ATM기에서 현금을 찾거나 입금,계좌이체,조회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유비터치' 서비스가 시작됐다.

KTF는 지난달 중순 국민 · 우리 · 부산은행의 일부 지점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상반기중에 서비스에 들어간다.

2월부터 농협,기업,씨티은행 등 전국 17개 시중은행으로 확대되고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은행에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휴대폰에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칩을 넣어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은행마다 전용 칩이 달라 칩을 따로 발급받아야 하고 다른 은행을 이용할 때마다 칩을 바꿔 끼워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유비터치 서비스는 이런 불편을 없앴다. 휴대폰 하나에 여러 은행계좌를 한꺼번에 등록해놓고 쓸 수 있어 편리하다.

금융 USIM칩을 내장한 휴대폰은 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USIM칩에 무선인터넷으로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KTF는 USIM 금융칩에 내장된 교통카드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 외에 편의점이나 PC방(티머니 가맹점)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휴대폰을 잃어버려도 금융사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유비터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바꿀 때는 USIM칩만 빼내 새 휴대폰에 꽂으면 은행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KTF는 유비터치 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비터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금융 USIM칩(KE-D1450)이 내장된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현재 40여종이 출시돼 있다.

먼저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프로그램을 휴대폰에 설치해야 한다. KTF '쇼' 가입자의 경우 '**6262+단축버튼'을 누르면 된다.

프로그램 설치가 끝나면 거래 은행을 찾아가 서비스 이용신청을 하고 USIM칩에 거래를 원하는 계좌를 입력하고 휴대폰에서 거래를 원하는 계좌(주계좌)를 설정하면 된다.

초기에는 주계좌설정이 해지 상태이기 때문에 거래를 위해서는 주계좌를 꼭 설정해야 한다. 방법은 'USIM버튼→설정 선택→유비터치 관리→핀(PIN) 입력'의 순서로 하면 된다.

핀 번호는 은행에서 서비스를 신청할 때 6자리 번호로 설정한다. 5회 이상 입력 오류가 생기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유비터치 서비스 요금은 국민은행이 월 800원,우리은행 등은 월 900원이다. 유비터치 마크가 부착된 ATM에서 휴대폰 거래를 선택해 동글에 휴대폰을 접촉하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용시간은 기존 ATM 서비스 시간과 동일하다.


◆온 ·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휴대폰 결제

SK텔레콤은 최근 교통카드 기능은 물론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T캐쉬'서비스를 지난 2일 시작했다. 3세대 휴대폰에 내장된 USIM칩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T캐쉬 서비스는 교통카드를 휴대폰의 USIM칩에 장착하고 △인터넷 결제서비스 △신용카드와 연동되는 T캐쉬 자동충전서비스 △고객 간 T캐쉬 선물하기 등의 서비스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티머니는 충전 금액이 소진되면 지하철이나 편의점 등에서 일일이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으나 T캐쉬는 이런 불편을 없앴다.

T캐쉬는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가 되면 미리 설정해 둔 신용카드를 통해 휴대폰으로 자동 충전할 수 있다. 버스나 택시 지하철 요금 결제는 물론 편의점과 PC방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현금카드처럼 쓸 수 있다.

게임 사이트 등의 온라인 매장에서도 결제가 돼 사용범위가 넓어졌다. SK텔레콤은 11번가,싸이월드 등 온라인 쇼핑몰의 가맹점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고객들끼리 T캐쉬를 선물로 주고 받을 수도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친구끼리 원하는 금액만큼 선물할 수 있어 새로운 모바일 금융 풍속도도 나오게 될 전망이다.

T캐쉬는 SK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 '생각대로 T'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으며 금융기능이 있는 USIM이 휴대폰에 내장돼 있어야 한다. 무선인터넷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말까지 T캐쉬를 발급받는 모든 고객에게 발급 즉시 2000원을 무료 충전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T캐쉬를 이용한 고객 중 101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최대 100배까지 충전해 주는 '100배 환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