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서 바로가기 아이콘 기능 대거 선보여
전자업체·이통사 "대기화면 잡아라" 경쟁



직장인 이상민씨는 차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휴대폰 위젯 서비스 덕에 평소보다 2000~3000원을 절약하고 있다. 휴대폰 바탕화면에 설치해놓은 '최저가 주유소' 위젯을 클릭하기만 하면 인근 주유소 가격을 보여줘 모르는 지역에서도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산에 사는 윤주연씨는 외출을 준비하기 전 TV로 날씨 정보부터 확인한다. TV 리모컨으로 바탕화면에 설치한 날씨 위젯을 선택하면 TV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인근 지역의 최신 날씨 정보를 볼 수 있다.

바탕화면에 설정해놓은 아이콘만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 주는 위젯 서비스가 TV,휴대폰에서 인기다. 1980년대 PC에서 시작된 위젯 서비스가 이제는 TV와 휴대폰의 기능 및 디자인 경쟁을 불붙이는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

시계 · 달력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발전

위젯은 PC에서 자주 쓰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바탕화면에 배치,이를 누르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바로가기와 같은 개념이다. 뉴스,날씨,일정 등 자주 쓰는 서비스를 미리 지정해 TV,휴대폰 등의 대기화면에 꺼내놓은 뒤 클릭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날씨 정보를 얻기 위해 웹브라우저를 실행하고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한 번의 클릭만으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위젯의 원조는 1984년 애플이 PC 바탕화면에 메모장 등을 배치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에서 출발했다. 이후 시계,달력,일정관리 등 편의 프로그램으로 발전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사용자가 관심영역을 설정하면 인터넷에서 해당 정보를 수시로 가져다주는 웹위젯으로 진화했다.

인터넷이 최근에는 각종 디지털기기에도 접목되면서 휴대폰,TV분야에서도 위젯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위젯을 이용하면 개인의 관심영역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TV나 휴대폰의 대기화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도 있다.

인터넷 관문,대기화면 장악하라

CES 2009에 참가한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대다수 TV제조사들은 야후,인텔 등과 제휴를 맺고 TV 위젯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았다. 단순히 쳐다보기만 하던 TV에 인터넷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위젯 서비스를 도입해 '똑똑한 TV'로 진화시킨 것.

위젯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때 처음 마주하는 TV,휴대폰 등의 대기화면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화면을 통해 자사만의 고유한 인터넷 서비스를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디자인 정체성을 알릴 수 있어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휴대폰 분야에서는 삼성,LG 등 제조사뿐만 아니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서비스 업체까지 위젯 주도권 경쟁에 가세할 만큼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휴대폰의 디자인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햅틱 같은 전용 위젯을 내놓았으며 이동통신사들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더 팔기 위해 '홈''아이토핑'(이상 SK텔레콤),'쇼 위젯(KTF)','오즈 위젯(LG텔레콤)' 등을 선보였다. 대기화면은 하나밖에 없고 소비자는 제조사,이통사 중 어느 한 곳의 위젯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제조사,이통사 모두 경쟁을 피할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위젯은 단순히 사진을 올려놓던 휴대폰 대기화면을 인터넷 관문으로 발전시켰다"며 "위젯은 이동통신 입장에서도 무선인터넷을 알리고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좋은 수단이라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