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가 오는 6월 이내에 자회사 KTF와 합병한다.또 경영쇄신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에 나선다.

KT 관계자는 1일 “이석채 사장 내정자가 KTF와의 합병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합병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오는 6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KT는 오는 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내정자가 사장으로 정식 선임되는대로 KTF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할 방침이다.

KT는 합병 계획을 발표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KT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주요 유선 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여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정부의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달 9일 KT 사장 후보가 된 이 내정자는 KT의 재도약 카드로 KTF와의 합병을 지목해왔다.유선과 무선 통신시장이 통합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서 두 회사가 따로 움직여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내정자는 “통신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로 옮아가고,세계 통신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유·무선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KT는 8년째 매출 12조원 벽에 부닥쳐 성장 정체를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다.주력 사업인 유선전화(집전화)는 인터넷전화로 가입자가 이탈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초고속인터넷은 SK브로드밴드,LG파워콤 등과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새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인터넷TV(IPTV)와 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는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KT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을 꾸려 KTF와의 합병을 준비해왔으나 남중수 전 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중도 하차하면서 합병이 미뤄져왔다.KT가 KTF와 합병하면 매출액 18조원,직원수 4만명의 초대형 통신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KT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조직 슬림화 작업에도 착수했다.이 내정자가 최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재 KT의 방만한 운영체계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며 본부 및 지방 임원급 직책을 대폭 축소하고 조직체계를 슬림화할 것을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이 내정자의 KT 경영 현황 파악과 전략 수립을 위해 구성된 경영디자인TF는 현재 380명(상무대우 포함)인 임원수를 20~30% 가량 줄이고 현직 임원의 절반 가량을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사업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복잡한 조직체계를 단순화하는 조직개편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현재 8실 7부문 1본부로 돼 있는 조직을 3~4개의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CIC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SK그룹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조기 합병과 대규모 조직 쇄신은 관료화된 고질적인 KT의 조직 문화를 일거에 바꾸고 신성장 동력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