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디지털기기 업계에 치명적이었다. 디지털기기는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파는 더욱 컸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PC,내비게이션,MP3플레이어 등 부품을 수입하는 거의 모든 국내 디지털기기 업체들이 한파를 겪었다. 때문에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전략이 디지털기기 업체들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남달라야 살아 남는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첫번째 전략은 차별화다. 남과 다른 기능,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으로 눈길을 끌겠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IT기기 업체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 '아이폰 터치'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손에 착 감기는 디자인 덕분이다. 얇고 가벼운 데다가 화면도 널찍해 아이팟 유저들이 급증하게 됐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 관계자는 "아이팟의 디자인은 모든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다 비슷하게 만들 정도로 대중적인 디자인이 됐다"며 "디자인이든 기능이든 뭔가 남달라야 잘 팔린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P는 내구성으로 노트북 1위 자리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사막이나 남극 등 극한 상황에서도 끄떡 없다는 튼튼한 기업용 노트북을 연달아 내놓는 등 'HP 하면 견고함'이 떠오르도록 자리매김한 것.노트북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데스크톱 출하량을 넘어서며 올해에도 인기몰이를 예약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정면 승부

작고 가벼운 넷북의 인기가 이어지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저가 PC를 주로 만드는 대만업체 아수스,MSI 등이 선두주자로 뛰어든 넷북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는 물론 델,HP 등 고가형 PC에 주력했던 업체들도 달려들어 올해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북은 특히 기능,디자인,가격 면에서 별반 차이점이 없어 국내 대표 PC업체들과 글로벌 업체와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한 제품이다. 국내 PC업체 관계자는 "얼마나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느냐가 넷북 성공의 기본적인 성공 요건"이라고 분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